윤금주씨의 백일금주
앞자리가 바뀌었다. 몸무게의 앞자리가 아니라, 백일백장의 일의 자리에서 십의 자리로 진입한 것이다. 공정률로 따지면 10%. 꽤 기분 좋은 숫자다.
공정률은 일의 진척도를 비율로 나타내는 지표다. 주로 공사 현장에서 많이 쓰이는데, 시작은 0%이고 완성이 되면 100%가 된다. 설계한 현장의 공사가 시작되면 아침마다 공정률 보고서가 올라온다. 금일과 내일의 작업 계획, 안전모를 쓴 몇 명의 작업자들이 파이팅 구호를 외치는 사진이 함께 담겨 있다. 공사일보에는 누적 인력, 비용, 진척도를 보여주는 퍼센티지와 그래프도 표시된다. 평소에는 문제가 없으면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만, 가끔 들여다보면 느리게만 보이던 현장이 어느새 부지런히 공정률을 올리고 있음을 발견한다. 장비도 인력도 많지 않은 작은 이층 건물의 대수선 공사인데, 마치 사뿐사뿐 폴짝폴짝 뛰듯 꾸준히 진행된다.
“천천히, 그러나 부지런히.” 이 말은 공사 현장뿐 아니라 등산이나 걷기 운동을 할 때도 실감한다. 저 높은 곳을 언제 올라가나 싶지만,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생각보다 힘은 오래간다. 벽돌을 하나씩 쌓고, 시멘트를 바르고, 페인트칠을 더하며 작은 집도 큰 집도 완성된다. 목표도 다르지 않다. 아무리 작은 목표도 시작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고, 아무리 큰 목표도 천천히 그러나 부지런히 나아가면 언젠가는 완성된다.
백일백장이 십의 자리를 넘어가듯, 100일 금주도 곧 도달할 것이고, 고대로 나가가면 1000일도 사뿐히 지나갈 것이다. 몸무게 앞자리는 바뀌는 날은 휴게소처럼 짠하고 나타나길 기대하며, 오늘도 천천히 부지런히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다 보면 동요 가사처럼, 온 세상 어린이들 다 만나고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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