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금주씨의 금주일
어제 마라톤 대회가 끝난 뒤 마신 무알콜 맥주.
캔을 따는 ‘칙―’ 소리의 청량함, 목을 타고 내려가는 탄산의 톡 쏘는 감각, 혀끝을 스치는 홉의 쌉싸름함까지… 거의 똑같았다. 신기한 건 첫 몇 모금은 마치 일반 맥주처럼 알딸딸한 기분마저 들었다는 거다.
맥주는 도대체 무슨 맛으로 마시는 걸까? 술마다 각자 매력이 있지만, 맥주만큼은 벌컥벌컥 들이키는 그 맛이 진짜다. 갈증 날 때 들이붓는 시원한 물 같고, 긴장에서 이완으로 홈런을 날려 보내는 듯한 해방감. 그게 맥주의 맛이다.
요즘 논알콜 세계가 많이 발전했다. 편의점이나 마트 어디서든 쉽게 살 수 있고, 없으면 점원이 창고에서 찾아내준다. 국산 브랜드는 물론 하이네켄, 칭따오, 스텔라, 산토리 같은 외국 맥주도 논알콜 버전이 다 있다. 맛도 일반 맥주와 거의 비슷한데, 주류세가 없어 가격은 훨씬 저렴하다. 오늘 내가 산 카스 논알콜 500ml는 1500원, 딱 콜라 한 병 값. 게다가 ‘제로제로’ 버전은 알코올도, 칼로리도 제로다. 일반 주류의 ‘제로 슈거’가 사실은 알코올 칼로리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금주하는 사람이 무슨 무알콜 술을 그렇게 디테일하게 설명하나?” 싶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다른 탄산수로는 절대 채워지지 않는 맥주만의 맛이 있다. 벌컥벌컥 들이키는 쌉싸름한 맛, 그건 달콤한 탄산음료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다. 어른의 맛, 어쩌면 인생의 맛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단순히… 퇴근후 해방의 맛일까? 오늘은 무알콜로도 충분히 취했다.
#백일금주 #금주일기, #윤소장부캐, #윤금주, #책과강연, #백일백장 #술명언 #금주명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