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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16 술 대신 통잠

윤금주씨의 금주일기

by 윤소장

오늘의 술

델릴리움 : 벨기에의 수도 브뤼쉘의 유명한 펍의 맥주, 핑크 코끼리라고 불리는. 펍에서는 술이 수돗물에서 물따르듯이 탭에서 끝없이 술이나온다. 시트러스한 향이좋다.


윤금주 씨가 되고 가장 직접적으로 좋은 변화는 밤에 잠을 잘 잔다는 것이다. 술을 마시면 쓰러지듯 곯아떨어지지만, 정작 깊은 잠을 자야 할 새벽 두 시쯤이면 눈이 번쩍 떠진다. 두세 시간 뒤척이다 아침에 억지로 일어나면 몸은 천근만근, 숙취라도 남아 있으면 오후가 되어야 겨우 살아나는 기분이다. 이런 고리가 이어지면 내가 사는 건지, 시간에 끌려다니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금주 이유를 곰곰이 적어봤을 때 첫 번째는 단연 “잠을 잘 자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금주 직후부터 통잠을 잘 수 있었다. 중간에 깨지 않고 푹 자니 알람보다 먼저 눈이 떠지고, 아침이 맑다. 오히려 “이 시간에 새벽 운동이나 글쓰기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스칠 만큼, 더 자기가 아까울 정도다. 한 번 깨면 다시 잠드는 게 힘들었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다시 스르르 잠들 수 있는 것도 큰 변화다.


그런데도 몸은 여전히 피곤하다. 학기 중이라 긴장과 스트레스 때문일 수도 있고, 나이 탓일 수도 있다. 가끔은 술도 에너지라며, 술을 끊으니 오히려 더 기운이 빠진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숙취가 워낙 압도적이라 그 피곤함조차 가려져 있었던 것뿐이다. 이제야 몸이 내는 진짜 신호를 들을 수 있게 되었고, 영양제를 챙기거나 운동으로 체력을 관리하려는 마음이 든다.


솔직히 말해, 술 없는 잠을 “리셋 버튼을 누른 듯 나를 새로 시작하게 한다”라고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다. 하지만 그런 문구는 숙취 해소제 광고에나 어울릴지도 모른다. 나는 그저 하루를 버티듯 살아내고, 꾸역꾸역 금주의 기록을 채워 나간다. 글을 올리고 나면 저녁 운동을 하러 가야 한다. 술의 빈자리에 채워 넣은 것들을 써 내려가며, 분명 더 나은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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