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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장 May 16. 2024

금주 전의 나의 음주습관

100일 금주일기

금주 95일차에 쓰는 100일 금주일기

-금주 전의 나의 음주습관


금주와 다이어트의 성공에 꼭 필요한 것은 주변의 도움이다. 


‘나 이제 술을 안 마실 거니까 좀 도와줘.  나 빼고 술마시세요.


이렇게 얘기할 때 반대가 없어야한다.  

나의 경우는 의외?로 주변에서 아무도 강요나 반대가 없었다. 

오히려, ‘윤소장이 금주할 정도로 술을 많이 마셨어?’ 이런 반응이 이었기에, 조곤 조곤 그간 음주하던 습관에 대해서 풀어놨다. 그들의 술안주로 이렇게 한참을 풀어 놓으면, ‘음 , 그랬구나, 그럼 백일 금주 해봐. 대단하다’

그때에 풀어놨던 이야기를 한번 옮겨보겠다. 


먼저 밝힐 것은, 백일 금주를 생각하기 전에 무슨 진단을 받아거나 대단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것. 오히려 그런 계기나 증상이 나오기 전에 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겠다 싶었다고 말해야 더 맞을 것이다. 그저 습관적으로 퇴근 무렵에는 오늘 저녁에는 무슨 술을 마셔볼까, 집에 들어가기전에 슈퍼를 그냥 지나치기에 아쉽다거나, 심심해서 술을 마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혼술이 많았고, 날이 흐려 날이 맑아 비가 와서, 더워서 습해서 건조해서 아무 이유나 대고 술은 대응이 가능했다.  

주량은 공식적으로 세잔이다. 한잔 마시면 일 모드에서 쉼 모드로 바뀌면서 개운한 기분이 들어  좋고, 두 잔 마시면 알코올 기운이 들어 기분이 업 되고, 세잔 마시면 취기가 돈다.  문제는 그 정도에서 끝이 나지 않는다는 것. 술은 세잔이 딱 좋게 마실 수 있는 범위지만 그때부터 가용한 용량을 다 채우듯이 마시는 것이 문제였다.  맥주도 네 캔에 만원이니 네 캔 완주, 와인이든 사케든 한 병을 열면 남기지 않았다. 두병째 따도 남기지 않았다.  


양도 문제지만 속도는 더 문제였다. 한병이든 두병이든 두세시간에 걸쳐 천천히 마시지 못하고 물 마시듯이 마시는 것이 나쁜 음주 습관 중 하나다.  금주를 하면서 생각한 것은 물은 그렇게 많이, 빨리 마시지 않는데 술은 어떻게 그렇게 잘 들어갈까 궁금한 지경이다. 쉽게 말해 효율적으로 취하는 타입이었던 것. 

내가 왜 그렇게 술을 마셨지? 에 대한 설명할 수 있는 이유는 – 혹은 변명은 – ‘쉬고 싶어서’ 였다.


술을 마시면 이성적인 사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나의 면죄부였다. 마치 퇴근할 때 데스크탑 컴퓨터를 끄듯이 술을 마시면서 현실의 이슈들에서 로그아웃 하고 싶었다. 그게 그냥 퇴근 후에 취미를 가지거나 다른 것에 집중하면서 건전하게 쉬는 방법이 물론 적합 할 것이나, 하지만 쉬는 것 까지도 그렇게 건전하고 이성적이고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것을 하고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냥 알코올에 기대어 나는 지금 뭘 할 수 없으니까 안 할래 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었다.  그러나 술을 조금씩 마시면서 즐기는 것보다 빨리 취해서 아무 것도 안하고 싶었다. 취하는 것마저 효율적이었던 나.  나는 쉬고 싶은데 쉬는 방법을 몰랐다.


그러고 보니, 본격적(?)인 음주의 시기는 극도의 스트레스가 있던 시기와 겹쳐진다. 그 시기는 네델란드에서의 유학시절이다. 서른 초반 늦은 나이에 외국에 나가 혼자 살아보니 영어도 안되고, 어린 애들이랑 어울리기도 쉽지 않았다. 학교 끝나고 집에 가면서 공부나 생산적인 일에 대한 죄책감없이 휴식하는 방법이 장보기였다. 네델란드의 슈퍼 알버트하인에서 저녁거리를 사다보면 유난히 싼 외국 술을 그냥 지나치치 못했다. 전쟁터 같은 외부환경을 위로하고 이제 집에 돌아왔다라는 안도감과 영어를 안 해도 된다는 해방감에 그리고 헛헛한 마음을 채워준 것은 네델란드의 하이네켄, 벨기에의 그로쉬, 쥬필러 등. 그렇게 유럽의 술을 맛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주 목적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하는 환경에서 귀가후 정신줄을 내려놓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는 것. (그러고보니 각종 향정신성 의약품이 합법인 네델란드에서 그나마 제일 순한 맥주를 마신 것은 상당히 자기 방어를 잘 한 것이 아닌가 싶다. )


이렇게 나의 음주에 관한 스토리를 풀어 놓다 보면, 내가 술자리에 선수로 뛰고 있지 않고 관람석에서 응원을 하고 있어도 모두들 불만이 없었다. 역시 술은 내가 나에게 권하고 있었지, 남이 권하지 않았다. 도움은 청해야 받을 수 있다.   


금주일기 목차 

1.금주를 위한 쉬운 결심

2.금 전의 나의 음주습관

3.금주를 위한 준비  (구글 달력,  실패예방책)

4.금주의 위기들 

5.금주중의 변화 

6.금주하니 아쉬운 것들 (정신적 여유를 찾기)

7.100일금주를 마무리하며 / 100일 이후의 음주계획


#책과강연 #백일백장글쓰기 #100-4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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