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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수광부 Aug 20. 2024

#1. 혼자인 이유

*소설입니다.



 눈 뜨면 책을 폈다. 어제 읽다 잠든 책에서 본 보랏빛 섬 사진과 모래알처럼 반짝이는 작가의 말을 내 마음인 양 찍어 오픈채팅방에 올렸다.  


‘나는 지금 사는 게 무서워서 보라보라섬으로 도망가고 싶어요. 내 마음을 읽으셨나요? 보셨으면 답글 좀 주세요. 사진만 보고 그냥 가지 말고 내 마음을 좀 알아 달라니까요.’


메아리 없는 카톡앱을 끄고 음악 앱을 켰다. 볼륨을 높이고 싱크대 수전 앞으로 갔다. 어젯밤에 아들의 허기를 채워주었던 것들의 흔적을 씻겨 보내야 했다. 설거지를 하면서 노래를 따라 불렀다. C 밴드의 신나는 기타 소리 없이는 아침부터 침몰하는 내 기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때 갑자기 서준이가 문을 박차고 나왔다.


“아, 좀! 시끄럽다고!”  

“신나지 않아?”


“어. 짜증 나.”


잠이 덜 깨서 짜증이 난 건지 이유 없이 짜증이 나는지 알 수는 없었다. 중1 사춘기 아들의 비위를 맞춰줄 수밖에는 없었다.    


“알았어. 소리 줄일 테니 씻어.”

“내가 알아서 해!”


매일 아침 같은 말을 했다.


“맨날 그 소리. 알아서 하긴 뭘 알아서 해.”

“알아서 하니 내버려 둬. 좀!”


급발진하는 아들에게 참으려 했지만, 또 몹쓸 말이 나가버렸다.


“공부부터 좀 알아서 해!”

“할 말이 그것밖에 없어?”


“아니 더 있지. 밤에 자꾸 먹지 마! 건강 버리고 여드름 생겨.”


“알아서 한다고!”


걱정되어서 하는 소리에 서준이는 말끝마다 짜증을 냈다. 오늘은 나도 참을 수가 없었다.


“공부는 못해도 자기 관리는 할 줄 알아야지.”

“누가 공부 못한대?”


“딱 보면 알지.”

“엄마란 사람이···.”


서준이는 경멸의 눈빛을 쏘아 보였다. 나는 마지막으로 한마디 쐐기만 박고 아침을 차릴 생각이었다.

“누가 너 보고 의사하래? 그래도 학창 시절에 공부를 좀 해놔야 세상 보는 눈도 생기고 뭐라도 해 먹고살지.”


“쳇. 남자 보는 눈도 없는 주제에”


서준이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쫙!”  


새파랗게 질린 서준이는 많이 놀란 듯 보였다. 아들에게 처음으로 손을 댄 나도 속으로 부르르 떨고 있었다.  

“왜 때려! 내가 틀린 말 했어!”

“할 말이 있고 안 할 말이 있어. 네놈은 공부고 나발이고 인성부터 글러 먹었다!”


“누구 닮아 그래. 몰랐어?”


끝까지 미안한 기색 없이 비꼬는 모습에 막말이 나갔다.


“이 자식이 진짜!”


서준이는 나를 향해 불신의 눈빛을 쏘아주고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갔다.


“하···.”


유튜브에서 서울대 김 교수님께서 사춘기 아이의 뇌는 대공사 중이라더니 콘크리트 같은 엄마의 심장을 중장비로 뚫고 있었다. 지긋지긋한 코로나로 줌 수업한다고 집에만 있으니 해가 그리웠나 보다. 아침부터 집안 분위기가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3악장 속에서 출렁이고 있었다. 나는 베토벤보다 쇼팽을 좋아해서 마스크를 끼고 밖으로 나갔다. 아파트를 걷다 구석진 벤치에 앉았다.


‘그 인간 생각하면 눈물도 아깝다.’


그런데 눈치 없는 눈물이 아까운 줄 모르고 줄줄 흘러 마스크를 적셨다. 아까운 마스크 하나를 버려야 할 정도였다. 그때 마침 전화벨이 울렸다. 시어머니였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


“······네, 어머니.”

“서준이 코로나 안 걸렸지?”


첫마디가 서준이 얘기다. 유일한 손자가 코로나 걸렸을까 봐 매일 전화하신다.  


“네, 아직은요. 어머님은요?”

“나도 맨날 집에만 있으니까. 너도 괜찮지?”


“네, 저도 집에만 있어서요.”

제발 밖으로 겁 없이 다니고 싶어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코로나라 일이 없지? 얼른 코로나가 끝나야 할 텐데.”

“그러게요.”

“이번 서준 아비 기일에는 내려오지 마라.”


“왜요?”

“코로나라 한꺼번에 들어가지도 못한대.”

“그래도요.”


“나 혼자 다녀올 테니 걱정 말고.”

“···.”

“서준이가 아빠 죽고 많이 힘들 텐데 그래도 네가 씩씩해서 다행이다.”


“걱정 마세요. 제 새끼니까 서준이도 잘 이겨낼 거예요. 어머니는 식사 거르지 마시고 꼭 챙겨 드세요.”


전화를 끊고 나는 다시 울기 시작했다. 젊은 나이에 자신처럼 혼자가 된 며느리를 걱정하는 시어머님 때문에 죽은 남편을 마음 놓고 원망할 수도 없었다.  


‘하늘에서 나 보고 있지?

 지금 내가 혼자 힘들어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어머님께 말씀 좀 드려.


당신과의 사별이 이유인지,

당신과의 이혼이 이유인지.


내 마음속에 당신은 이미 오래전에 죽었는데,

이렇게 다시 죽어 내게 오면 난 어떡해?


이 지긋지긋한 남자.’




초보 작가인 저라서 이것저것 시도 중입니다. 제가 연재한 브런치 북 '곁에 있는 것들을 위한 노래(시)'를 묶어 POD형식(자가출판형식)으로 제작해 보았습니다. 무지 뿌듯하네요. 관심 있는 분들은 요기로 가셔서 구경해 보세요. 한 권 사주시면 더 좋고요^^. 아! 그리고 인쇄재고 없이(초기 자본 필요 없음) ISBN 부여되는 나만의 책(종이책, 전자책) 한 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분 계시면 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참고하세요.

곁에 있는 것들을 위한 노래 @백수광부 - BOOKK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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