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란 이름의 새로운 항성
그리움이란 이름의 새로운 항성, 그 주위를 공전하는 두 사람의 궤도.
어떤 영화는 '거리'라는 감각을 스크린 위에 구현해냅니다. 단순히 두 지점 사이의 물리적 간극이 아니라, 그로 인해 파생되는 감정의 밀도와 시간의 질감을 관객에게 체험하게 만들죠. 한지원 감독의 《이 별에 필요한》은 2050년의 서울과 우주라는 광활한 시공간을 배경으로, 그 '거리'가 어떻게 관계의 또 다른 언어가 될 수 있는지를 섬세한 화법으로 증명해냅니다.
이 작품은 '롱디 로맨스'라는 익숙한 장르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안을 채우는 것은 신파적 감정이 아닌, 서로의 존재를 빛으로 삼아 각자의 항해를 계속하는 두 인물의 단단한 내면입니다.
이 영화의 가장 특별한 질감은 김태리와 홍경, 두 배우의 목소리에서 비롯됩니다. 전문 성우의 정제된 발성 대신 생활 연기의 결이 살아있는 두 배우의 더빙은, 이 이야기가 비현실적인 미래 설정 속에서도 땅에 발을 딛고 서 있도록 만드는 결정적 닻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자연스럽다'는 차원을 넘어섭니다. 김태리가 연기하는 난영의 목소리에는 꿈을 향한 열망의 미세한 떨림이, 홍경이 연기하는 제이의 목소리에는 현실의 무게를 견디는 담담한 온기가 실려 있죠. 두 배우가 《악귀》에서 이미 증명한 바 있는 '신뢰의 공명'은, 보이지 않는 감정의 연결을 소리만으로도 충분히 설득력 있게 구축해냅니다.
목소리가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목소리로 존재하는 캐릭터를 만나는 드문 경험입니다.
작품의 시각적 화법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된 메시지입니다. 수채화처럼 부드럽게 번지는 색감과 몽환적인 작화는 현실과 환상, 현재와 미래의 경계를 무너뜨립니다. 특히 세운상가와 같은 서울의 익숙한 공간에 홀로그램과 같은 미래적 요소를 이질감 없이 녹여낸 솜씨는, 이 영화가 과거의 향수와 미래에 대한 기대를 동시에 품고 있음을 보여주는 시각적 은유죠. 카메라는 화려한 스펙터클을 전시하는 대신, 인물의 감정이 머무는 공간의 공기와 빛을 담아내는 데 집중하며, 이를 통해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고요히 침잠시킵니다.
결국 《이 별에 필요한》은 이별에 대한 사려 깊은 성찰입니다. 영화는 묻습니다. 함께 있지 않다는 것이 과연 관계의 부재를 의미하는가. 제이의 음악이 난영에게 가닿는 방식처럼, 이 영화는 물리적 형태를 넘어선 교감과 지지의 가능성을 이야기합니다. 서로의 궤도를 묵묵히 응원하는 두 등대의 불빛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온전한 개인이 되는 것이 관계를 얼마나 더 깊고 풍요롭게 만드는지를 보여주죠. 화려하진 않지만, 그 어떤 로맨스보다 깊은 파문을 남깁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그려낸 가장 따뜻하고 아름다운 작품 중 하나로 기억될 것입니다.
https://youtu.be/l7Eh14Nmp7U?si=Rn97lAaT8peX6J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