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피아노

모든 것은 건반으로부터 시작 된다.

by 야옹이

우리가 음악을 좋아하고, 계속 좋아하게 되는 것은

우리가 달빛을 계속 좋아하는 것과 같다.

- 프리드리히 니체 -


이제 나는 말을 멈추기란 도통 쉽지 않다는 것을, 억지로 누군가가 말을 멈추게 해야 겨우 뭔가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혼자서도 그렇게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안다. 말하는 일이란 다른 사람에게 나의 일부를 떼어내 전달하는 일이고, 그 이전에 침묵의 시간만이 나를 정의할 수 있으며, 듣는 시간만이 나를 겸손하게 만든다. 듣기를 멈추지 않아야 하고, 듣기 위해 침묵해야 하며, 침묵의 힘으로 말해야 한다. 더 자세히, 더 세심히, 더 온전히 들어야 한다. 나 자신의 소리도, 다른 누군가의 소리도. 고립이 끝난 후에야 나는 그사실을 알았다.


피아노 건반이 요구하는 확신은 곡이 완성된 후에야 비로소 이야기될 수 있다. 첫 음을 확신 없이 시작했더라도 마침에 이르러 그 음은 의미 있는 음으로 재해석될 수 있다. 모든 것은 건반으로부터 시작되며, 듣는 이에게서 끝난다. 계속 칠 수만 있다면. 멈추지 않기만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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