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며 킥킥대기도 하고, 그 와중에 친구와 통화도 하며 한 시간 반 가량을 보내고 나자 감정이 거의 희석되었다. 남은 것이라곤 그러그러한 감정이 아니라 감정이 그러그러했었다는 기억. 이제는 무엇을 쏟아내고 싶었는지도 알 수 없게 가벼운 기분이 되어 잠자리에 들기엔 편해졌다. 종잇장 같이 뒤집기 쉬운 내감정의 얇음에 새삼 놀랄 것도 없지만 그 얇은 만큼이나 가벼운 무게는 잴 때마다 늘 놀란다. 비단 내 감정만이 아니라 감정이란 게 원체 얼마나 가벼운 것인지, 그런데 그런 것에 울고 웃고 하는, 정신을 크게 소모하는 행위들을 맡기고 산다는 게 놀랍다. 그러나 아마 그래서 살아갈 수 있는 걸 테다. 감정이 그렇게 가벼운 게 아니었더라면 나날이 누적되는 그 무게에 짓눌려 하루가 가고, 내일이 오고, 그렇게 삶이 계속 이어져나간다는건 비현실적인 이야기처럼 여겨졌을지도 모른다. 곧 세상이 끝날 듯 괴로워도 세상은 아무렇지 않게 이어진다는 걸 현실로 인식하고 있는 건 바로 인간의 감정이란 게 참을 수 없이 가볍기 때문이다. 그 참을 수 없이 가벼운 감정 덕분에 어제를 살고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고, 그리고 또 살려고 한다. 나는 스스로 죽을 만한 사람은 죽을 때까지 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