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 히어애프터

요시모토 바나나

by 야옹이
절망에 빠져 있지는 않았다. 그럴 수가 없는 나날이었다.
인생이 이렇게 백지가 되는 기회를 얻는 사람이 이 세상에 과연 있을까?
그가 없다는 사실은 물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슬펐다. 하지만 그 슬픔의 시기를 지나자 돌연, 투명하고 텅빈 느낌이 찾아온 것은 예상 밖이었다. P.33


‘내 목숨이 한 조각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에게 주고 싶어.’ 무엇보다 사랑하던 그가 죽음을 맞는 순간, 불현듯 떠올린 그 간절한 소원은 혼자 살아남아 버린 나에게 오래도록 희망의 증표로 남았다.


조형 예술가인 남자 친구 요이치와 온천 여행에서 돌아오는 차 안, 반대편 차선의 트럭이 덮쳐들면서 혼자만 배에 쇠막대기가 꽂힌 채 살아남은 사요코, 그녀는 생과 사의 경계에서 돌아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해 버린다. 그녀의 눈에는 이제 살아 있지 않은 사람이 보이고 삶보다는 죽음이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남자 친구가 죽은 후 처음으로 사요코를 설레게 한 단골 바 ‘시리시리’의 신키치 씨, 아들을 잃고 사요코를 새로운 딸로 맞이해 준 남자 친구의 부모님, 어머니의 유령이 보인다는 사요코를 친구로 받아들인 아타루 씨까지. 삶을 향해 사요코를 이끌어 준 것은 다름 아닌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이다.


예기치 못한 슬픈 헤어짐과 그 아픔을 극복하게 해 주는 삶의 빛나는 힘을 그린 요시모토 바나나의 따스하고 아름다운 ‘이별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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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ana Yoshimoto,よしもと ばなな,吉本 眞秀子,본명:요시모토 마호코
1964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문학평론가였던 아버지 덕분에 어릴 때부터 수많은 책더미 속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진보적 사상가이자 유명한 문학평론가인 요시모토 다카아키이다. 열대 지방에서만 피는 붉은 바나나 꽃을 좋아하여 ‘바나나’라는 성별 불명, 국적 불명의 필명을 생각해 냈다고 하는 그는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에 수많은 열성 팬을 가지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와 함께 1980년대 후반부터 일본 독서 시장의 인기를 양분하고 있는 바나나는 대중적으로도 「하루키 현상」 에 버금가는 「바나나 현상」 이란 유행어를 낳았을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1988년 『키친』으로 화려한 문학적 데뷔를 하며 “나의 최종 목표는 노벨문학상을 타는 것”이라는 당찬 포부를 밝혔던 요시모토 바나나는 이후 활발한 작품활동과 수상경력을 쌓으며 1990년대 일본문학에 하나의 전설을 낳았고 21세기 일본문학을 이끌어갈 대표적 작가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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