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준
1
식물은 물결치는 밤의 머리카락
묶을 수 없다
목 뒤로 들어갔다 나오는 사람
작고 굵은 것을 잉태해,
밤이 말한다
비탈길을 타고 도망가,
뱀이 말한다
모든 것에 스민후 재빨리 사라지렴
비가 말한다
2
머리를 바짝 묶어 올린 여자아이
목 뒤로 들어갔다 나온다
그녀의 주변부가 된다
목 뒤로 삐져나온 잔머리카락,
그런 게 되고 싶다 아무렇게나 늘어진,
가느다란 인생
고요의 일부
누워 팔랑이는 것
요 위로 떨어지는
몇 가닥
당신의 무의식
3
시 쓸 때 내 얼굴엔
밤,
비,
뱀이 내리고
층층나무 열한 그루 사이를
옮겨 다니며 숨는 사람
가느다래지느라
서 있을 필요도 없는
밤,
비,
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