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후
19,700원 그날 밤중 걸음을 대신할 심야 택시, 라디오켜져 있고 떠드는 것 또한 점잖은 아나운서에게 맡기고 눈 감으며 어둠에게마저 할 일을 주고 잠깐만 빈 상자가 된 듯하다 열어봐야만 납득할 수 있었겠지만
넥타이는 머리에 두르지 않아도 된다 이것저것 조심하라는 자만 조심하면 된다 중간에 드는 일이 제일 난해한 가장자리니까 가위를 가장 먼저 갖다대는 곳에 채썰기 좋은 물기 많은 인간사가 있다니
상자가 되어서, 과속방지턱을 신나게 넘는 곡해 속에서 주소지는 불분명하고 여기에서 세워주세요 말할 수 있게 되니 잠깐만 투명 테이프를 찢고 아가리를 벌려야 하는 일이라니
나 이렇게 살아도 될까? 친구의 메시지를 받는다 엉망진창의 묘기를 허락하고 싶다 동참하여 유랑하고 싶다 박수갈채를 귓볼에 매달고 싶다 택시는 한없이 내달리더니
이 밤중 빛나는 편의점과 교회 첨탑의 십자가와 부리부리한 구두코와 휘청거리는 눈동자들 자신을 대신할 문장 찾아 대형 서점 안에서 한눈팔아 디퓨저 코너를 지나 화장실 방향제 앞에서 알게 되겠지 이 시대가 원하는 가장 적당한 체취를
잔돈처럼 택시에서 굴러떨어진 얼굴은 도무지 어떤 입구에도 먹히질 않는 깡통 자판기 이제 그런건 세워져 있지 않아 자동으로 계산되는 돈 자동으로 화해하는 싸움 자동으로 자동을 멈추게 하려는
할 게 얼마 없는 거리에서 활보와 주저앉음만이 가능한 피곤의 마네킹이라니 돌아가면서도 돌아가고 싶다고 집에 와서도 집이 너무 멀다고 상자는 오늘도 아무것도 꺼내지 않은 새 포장 제품 배송 중의 하소연
답장하지 않은 편지가 많아서 좋은 여기가 우체통 안이니까 수거하지 않아도 될 밑줄을 묶어서 다시 기나긴 밤 지나야 하는데 줄 타야 하는데 할증은 끝나지 않고 상자를 맡길 수 있는 건 하나밖에 남지 않아서 친구에게 답장 문자를 보낸다 문 앞에 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