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내 심장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니까

겨울철 / 정다연

by 야옹이

어제보다 깊어진 동굴에서 깨어납니다

떠나보낸 작은 새는 다시 돌아와

내 가슴에 둥지를 틀고 붉은 알을 낳았습니다

깨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빛을 추방했습니다

빛나는 것들이 전부 수상해서

그 속에선 내가 자꾸 사라져서

날개 달린 생명과 다른 방식으로 나는 지상에서 멀어집니다


벽화 속 잠든 짐승들에게 붉은 물감을 칠해줍니다

살아서 이곳을 나가게 될지도 모르니까

피 흘린 동굴이 새 생명을 낳게 될지도 모르니까

내가 내 심장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니까


굶주린 새에게 나의 살점을 떼어 줍니다

새는 나의 살점을 먹고

나는 새의 알을 먹고

그것이 이곳에서 내가 택한 방식입니다


눈먼 새를 가슴에 올려두고 기다립니다


긴 겨울이 끝나고

남은 살점이 모두 사라지고 뺘만 남게 되었을 때

누군가 찾아올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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