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나도 몰래 불쑥 튀어나오던 말
모멸과 비참의 얼굴로 엎드려 빌게 만들고
회사를 때려치우게 하고
이혼장에 서명하게 하던 말
배 속에 넣고 있으면서도 한 번
만져본 적 없는 내장 같은,
그 말을 대체 무슨 생각으로 했을까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평생이 다
갈 것 같던 말
생각 없이 뱉어져 생각들을
모조리 중지시키던 말
생각 없는 말 속에 숨은 생각의 악귀가
불러준 것 아닐까 싶던 말
엎질러진 물 같던 말
반드시 주워 담아야 하는
엎질러진 물 같던 말
날벼락에 맞아 불난 집의 잿더미에
혈혈단신으로
꽂혀 있게 하던 말,
몇 번이나 날 죽였던 그런
파괴와 끝장의 말을
기다리고 있다
또 죽어보려고
잿더미보다 더 쓸모없는 백지 앞에서
장난처럼
생이 장난이 된 사람처럼,
기다리고 있다 지금
생은 장난이다
장난이고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