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차

정다연

by 야옹이

관람차에 몸을 싣는다 펼쳐지는 공중정원, 8월의 햇빛 속에서 나는 서서히 지상에서 멀어진다 눈을 감으면 들려오는 나의 내부, 거대한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 나뭇가지로 추락하는 새들


나의 오랜 관람차, 어쩌면 우린 평생을 관람차 안에 살다 죽을지도 몰라 어느새 대각선으로 마주 앉은 어린 내가 햇빛 속에 떨며 말하고 나는 머릿속에 떠오른 몇 개의 문장과 단어를 지나치기로 한다


아무리 불어도 나타나지 않는 입김, 유리창에 써 넣은 글씨가 지워진다 투명해진다 어떤 손이 이 공중을 어루만지고 있는 것일까 굴러가는 운명의 바퀴, 누군가 나를 천천히 써 내려가는 소리


삐걱대는 관람차, 나는 어떤 사건과 배경 속에서 사라지게 될까 8월의 햇빛 속에서 물음을 물음으로 지우며 나는 공중에 놓여 있다 멈추지 않는 관람차, 지상에는 미리 도착한 사람들이 걸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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