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야옹이 Jan 10. 2024

역공

김사이

직장 그만두던 날

우산 없이 빗속을 걸었다

엉겁결에 챙긴 슬리퍼와 칫솔

싸구려 배웅을 기념으로

버렸다


고무줄 같은 해고

일회용품과 닮았다

내가 흘린 성실한 땀은 

흔적도 없고


먹고살기 위한 노동이

어디로 흘러가고 무엇에 닿아 있는지


나의 불안을 보살핀 일회용 마스크

쓰고 버린 마스크가 아무 데나 널브러졌다

마스크 끈에 다리 말린 새가 속속 죽는다


나는 살고 너는 죽는다


버린 것들이 돌아온다


버려진 것들에게 

내가 버려진다


자본의 산물이

편리였다가 골칫덩이였다가

경고로 돌이킬 수 없는 가치로 온다

작가의 이전글 투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