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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이 Feb 05. 2024

비오는 월요일

비오니깐 운동 하자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왔다. 직장인에게는 최악의 월요일 아침 환경이 시작된 것이다.

아침에는 서둘러 단백질 보충제에 우유를 넣고, 비타민 2알을 챙긴 후 운동을 하러 갔다.

비가 추적추적 오고 있지만, 산뜻한 아침을 맞기 위해 요가 수업을 들었다. 

새로운 달에 첫째 주 월요일 수업이라서 그런지, 못보던 사람들도 제법 생겼다.

그러거나 말거나, 유일한 청일점인 나는 수업에 미리 도착하지 못한 죄로, 선생님 바로 앞에 매트를 깔고 요가를 시작했다.

오늘은 공포의 우타나사나 루틴이다. A-B 동작 모두 3세트씩 진행한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다운독 자세를 하면서 몸을 바르르 떨고 있다. 쟁기자세로 물구나무를 선 것 처럼 두 발을 모아, 하늘로 쭉 뻗고, 꺾인 목을 버티며 노폐물들아 빠져나가라~ 라고 생각했다. 이윽고 척추를 하나하나 바닥에 닿게 내리면서, 완벽한 휴식 자세에 들어갔다. 

이때가 제일 개운하고, 좋다. 제3세계 뜅가뜅가 아쉬탕가 요가 음악이 선생님 아이폰과 연결된 블루투스 스피커를 통해 열기로 가득찬 요가룸을 채웠다.  아기자세를 하고 몸을 옆으로 눕는다. 아무생각 없는 아기로 돌아가고 싶다.


요가가 끝나고, 바로 헬스를 한다. 오늘은 등과 어깨를 조지는 날이다. 워밍업 세트로 가벼운 바벨 바를 들고 최근 모양이 잡히는 팔뚝을 보면서 보디빌더라도 된 것처럼 흉근을 쫙 모아 본다. 그냥 마른 멸치다.

데드리프트, 스쾃, 벤치프레스 이 세 가지 운동을 흔히 말하는 3대 운동이라고 한다. 이것을 하면서 세트별로 단계적으로 중량을 올린다. 전문용어로 어센딩 피라미드 방식이라고 한다. 이런 전신 운동을 하고 나면 일단 팔다리가 후들거린다. 운동 변태들은 이러한 고통을 오늘 "맛있게 운동했다~", "무게 제대로 먹는다" 한다.


요즘은 너도나도 몸짱 디폴트 시대라서 이런 운동을 하는게 숨쉬고 밥먹고 똥싸는 것 처럼 당연하다. 

남자 뿐만 아니라 여자들도 고중량으로 무게를 치는데, 유산소 해서 살 빼는 것으로는 변화가 적고, 기적의 S라인을 위해서는 빵뎅이(a.k.a. 둔근)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나처럼 어깨 깡패를 꿈꾸는 멸치도, 비욘세 빵뎅이를 꿈꾸는 일자 골반 여성들도, 타고난 몸을 바꾸는, 순리를 역행하는 간절함으로 오늘도 헬스장은 사람이 많다. 다들 새해에는 건강한 몸, 자신이 원하는 몸으로 거듭 나시길 바라며 의식의 흐름 같은 똥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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