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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이 Feb 17. 2024

의미란 무엇인가

나는 존재한다, 더구나 생각도 한다.

기계의 시각에서 이 문제를 봐보자. 


기계 입장에서 문자를 이진법수로 바꾸는 표는 중요하지 않다. 기계는 애초부터 의미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기계에게는 언제나 의미를 알 수 없는 0과 1의 수열이 입력으로 들어온다. 기계가 할 일은 그 수열을 규칙에 따라 또 다른 0과 1의 수열로 바꾸는 것이다. 0과 1의 수열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기계의 업무를 넘어서는 일이다. 


클로드 섀년은 1948년 '정보'를 정량적으로 정의했다. 정보라고 하면 보통 정보의 의미나 가치를 먼저 생각하기 마련이다. 정보는 돈이니까. 새년이 정의한 정보의 가장 큰 특징웅 하나는 인간이 말하는 가치나 의미가 그 정의에 들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정보는 오로지 사용되는 빈도로만 그 가치가 정해진다. 즉 확률이 정보다. 정보를 처리하는 기계의 입장에서 자신이 계산하는 숫자들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아니, 알 필요조차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다. 

0과 1이 몇 번이나 나왔는지 하는 것 말이다. 이로부터 0과 1이 어떤 빈도로 쓰였는지에 대한 확률을 구할 수 있다. 정보를 처리하는 기계의 입장에서 정보를 정량화한다면 오직 확률만 이용할 수 있다. 실제 새넌의 정보량은 '엔트로피'라 불리는데, 확률로만 표현된 수식이다.


새넌의 결론을 깊이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정보에서 의미는 부차적인 것이다. 정보 처리 기계가 있다면 그것은 규칙에 따라 0과 1로된 하나의 수열을 역시 0과 1로 된 또 다른 수열로 바꿀 뿐이다. 인공지능도 다르지 않다. 목적이 있다고는 했지만, 그것은 출력이 얼마나 목적에 부합한지를 수치로 환산한 어떤 숫자로 표현된다. 목적을 이룬다는 것은 그 숫자를 최대로 만드는 것이다.


만약 미래의 어느 날 인공지능이 자신에게도 의식이 있다고 주장한다고 해보자. 심지어 그 인공지능은 자신이 자유의지를 가진 독립적인 개체라며 인간의 권리를 달라고 주장한다. 아마도 어떤 사람들은 코웃음을 칠지 모르겠다. 우리가 보기에 인공지능은 그내 숫자들을 처리하는 기계일 뿐이다. 그의 행위에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인간이 의미를 부여했기 때무니다. 외계인이라면 그 숫자들의 의미를 알 수가 없으니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할지도 모른다.


이제 인간으로 돌아가보자. 우리는 의식이 있다. 아니,'의식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의 뇌가 신경세포 1000억 개의 집합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우리도 입력을 출력으로 바꾸는 일종의 기계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눈이나 귀로 들어온 입력 신호는 0과 1의 형태로 뇌에 전달된다. 뇌는 입력 신호를 분석하여(이 과정도 0과 1의 전기 신호가 시냅스를 지나 이동하는 것이다) 가장 적절한 출력 신호를 내보낸다. 이들도 0과 1의 전기 신호로 출력된다. 이에 따라 우리는 근육을 조종하여 다리를 움직이거나 목소리를 낸다. 정보가 처리되는 과정에서 0과 1의 수열은 인공지능 기계 내부에서 움직이는 0과 1만큼이나 의미가 없다. 사실 우리 뇌나 신경세포도 의미 따위는 알지 못하고 기계적으로 정보를 처리 하고 있을 것이다.


의식이 무엇인지, 생각이 무엇인지 아직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의식과 생각이 존재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의미는 필요 없다. 정보 과학이 알아낸 놀라운 결론이다.




순수과학, 물리학을 통해 원자에서 부터 인간까지, 철저히 물리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을 설명하는 이 책(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을 보고 있자면, 나의 무식함과 좁은 사고가 발가벗겨지는 느낌이다. 어려운 양자역학 부터, 기억도 가물가물한 멘델레이프 주기율표 까지, 원자와 원자가 만나 이루어지는 다양한 화학 방정식을, 호텔 객실에 묵는 손님으로 표현하는 등, 나같은 바보에게도 한입에 먹을 수 있게 떠먹여주는 천재 교수의 친근한 설명이다. 유튜브 영상이 많이 있지만 책을 적극 추천한다.


결국 부분의 합이 전체가 아니듯, 복잡한 세상을 물리학자 한 사람의 입장에서 총체적 이해를 통해 설명한 아주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지식을 쌓아서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히면 삶이 조금은 더 살만해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짧은 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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