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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이 Feb 28. 2024

이제 가슴에 남은 것은 깊은 절망과 외로움과 회한뿐

잘 살기는 바라지도 않아 그저 아프지 않기만 바라는 거야

우리는 생애의 초반이나 전반부에는 누구나 그렇듯이 행복에 대한 큰 갈망과 희망과 포부에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생애의 후반부에 접어들면 다소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가 그처럼 갈망하던 사랑이나 행복이나 야망이 한낱 망상의 산물에 불가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생의 후반부에서도 아직 그것을 깨닫지 못했다면 그는 여전히 생의 전반부에 살고 있거나 아니면 바보이다. 따라서 지혜로운 사람은 강렬한 쾌락보다는 다만 고통이 없기를 바랄 뿐이며, 우리가 흔히 주위에서 보아온 재난이나 불행을 피할 수만 있다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셈이다. 


'잘 살기는 바라지도 않아, 아프지 않고 살 수만 있으면 좋겠어.'


당신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면 당신은 이미 생의 후반부에 살고 있는 셈이다. 나 역시 젊은 시절에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면 '야, 뭔가 좋은 수가 있나보다'하고 반가워했지만 나이가 들고, 인생을 겪고 난 후에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면 '혹시 불길한 일이 생긴 것은 아니겠지' 하고 중얼거리곤 했다.


늙은이가 되면서 나는 점차 일에 의욕을 잃었고, 정열도 욕구도 줄어들었으며, 전에는 그처럼 탐나던 것들도 더 이상 나를 유혹하지 않았다. 게다가 감각도 둔해지고 건망증이 심해졌으며 상상력도 사라지고 환상은 퇴색하고 강렬하게 느껴졌던 인상도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해는 왜 그리 빨리 지는지.


해는 왜 그리 빨리 지는지. 누가 시계의 태엽을 빨리 돌아가도록 감아놓은 것 같이 세월이 빨랐다. 모든 일들은 그것을 내가 꼭 해야 할 이유가 없었고, 무의미해 보였다. 한 마디로 나는 과거 속에 퇴락해 버린 늙은 거지가 되어 혼자 걷거나 벤치에 드러누워 있었다.


이제 가슴에 남은 것은 깊은 절망과 외로움과 회한뿐이다. 앞으로 세상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죽음밖에 또 무엇이 있단 말인가. 내가 그 동안 그토록 회의하고 믿지 않았던 죽음의 그림자가 여지없이 다가오고 있다.


그게 바로 나만의 운명인가?

당신의 운명은 아닌가? 

정말 이것이 인생이라면 삶은 내게 재앙일 뿐이다. 

나는 누가 다시 내게 삶을 준다고 해도 사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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