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이 아닌 그 모습이 정상.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해야겠다 딸아.
사실 엄마는 너의 눈빛을 제일 걱정했었어.
무언가를 또렷하게 갈망하지 않는,
제법 못났다 싶은 눈동자를 말이야.
어깨선을 바르게 하지 않고 삐딱하게 앉아
뾰로통하게 내민 입술 모양이
너의 삶의 태도의 일부가 될까 봐,
걱정했었어.
'사람이 먼저 돼라'라는 교시(길잡이로 삼는 가르침)가 새겨진 송도고등학교 비석을 찾아 보여줬을 때가 생각난다. 24년도 인천 과학수학축전에 찾아갔을 때 너랑 같이 부스를 돌다가, 그 학교 학생들을 눈여겨보았잖니. 만 명이 넘는 사람들 틈바구니, 갈피 없는 움직임과 웅성임 속에서 자신의 자리와 역할을 차분히 찾는 모습이, 나는 꽤나 인상적이었단다. 자신의 작은 아이들을 데려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 앞에 앉혀놓고 체험시키는 학교의 선생님들도 제법 기억에 남아서, 집에 돌아와 '송도고등학교'를 검색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던 게 '사람이 먼저 돼라'가 새겨진 비석이었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중학교 생활 내 느꼈기 때문이기도 하고, 부족한 영양소를 찾아 정신없이 헤매는 기분 속에서, 나는 너에게 '어떤 실제 사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구나. 너의 반응은 '이거지 우리 학교에 필요한 게 바로 이거야!'였지만 동시에 '하아.. 가능할까?'이기도 했다.
마음속의 이정표는 때때로 이런 말을 걸지. '이렇게 한다고.. 되나?' '나만 그런다고 소용이.. 있나?'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그 질문들로 시작되는 마음의 흔들림 속에서 너는 사춘기를 보냈던 것 같다. 언젠가 네가 우정팔찌를 주고받았던 **, **엄마와 넷이 식사하는 자리에서 학군지의 불편한 진실을 몇 가지 얘기했을 때, **가 나를 봤던 눈빛을 기억한다. '이 아줌마, 진짜 이야기를.. 아는??'
그 친구가 과고 2차 면접 결과 직전에 물었다고 했어. "이번에 떨어지면 엄마 난리 나는 거 아냐?" (아무래도 내가 예사롭지 않게 너를 '잡는 것처럼'보였나 보다. 실제로 겉 모양새는 그렇기도..^^) 그때 네가 이렇게 답했다고 했다. "엄마..? 뭐 그렇게까지??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그것 또한 너에게 '허락'된 길이니까' 괜찮다고 하던데?"
너도 알겠지만 엄마는 뒤의 뒤와 앞의 앞이 보이는 hsp인 바람에, 어떤 한 현상이 한 페이지처럼 보이지 않고, 과거와 미래가 연결된 여러 장의 페이지로 보인다는 점에서, 너에게 염려와 불편함을 다른 엄마의 서너 배는 족히 뛰어넘게 보여줬을 것 같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의 흔들리는 눈동자가, 그것이 충분히 잘 자라고 있는 청소년의 징표임을, 그때는 잘 몰랐어. 이건 마치 18개월 아기가 '안돼' '시어(발음 불분명한 싫어^^)' '내가~~ 나도~~'하면서 양육자를 반쯤 돌게 만드는 시기랑 비슷했어.
그래도 만 3세까지의 어린 시기는 양육서에 다양한 사례가 나와있어서(감사합니다 진짜, 양육서 덕분에 키웠어요) 너를 이해라도 했고, 상황을 예측이라도 했지. 중학교 청소년의 다양한 '돌아버리는 사례'는 정말로 찾기 쉽지 않더구나. 그 아기시절은 외모가 꽤나 귀엽기라도 하지, 여드름 잔뜩 나서 눈빛에서 이상한 레이저 뿜어 나오는 청소년기는 외모가 인생 통틀어 가장 별로인 시기잖니. 어쨌든, 지나 보니 지났구나 싶다.
그래도 너는 참 예뻤어. 남들 눈에 어떻게 보일지 몰라도, 엄마한테는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티가 나는 청소년이었다. 지나갔는지 모르게 지나간 청소년기라니. 어제 동생 데리러 갔다 인사드린 초6 담임선생님 말씀처럼 '사춘기의 유예'로 보일만큼. 그래도 초예민한 엄마 눈에는 보이지. 네가 처음으로 내 뜻을 꺾고 무모해 보이는 고입을 준비했을 때, 한숨이 나면서도 '드디어 이 녀석이 엄마라는 산을 넘는군'싶었거든. 자기 뜻을 내비치고, 해보겠다고 하는 모양새가 묘하게 안심이 됐다.
너의 생각으로 너의 길을 가렴. 네 안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그걸 부모의 이야기보다 더 크게 느끼려무나. 그러면 실패처럼 보이는 길일지라도 배울 수 있을 테고, 배울 수 있었다면 다음 길이 보일 테니까. 엄마는 네가 '문 닫고 들어간 것처럼 보이는' 과학고에서의 일상이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네가 선택한' 길인 만큼 보람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너와 '색깔이 맞고 가치관이 맞는'학교라는 것에는 믿음이 있으니까.
이렇게 우리는, 정상이 아닌 모습이 정상이었던 청소년기를 함께 지나가고 있어. 이렇게 또 나는 너를 '울먹이고 소리 지르면서도 숨죽여 지켜봤고', 너는 나를 한 뼘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