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이야기 1. 무지개 빵빵이~

엄마가 안아줄 때 뽀뽀뽀

by 아보카도

심각하고 진지한 일로 에너지를 털리는 날에

뭘 하면서 힘을 얻냐고 물으면 주저 없이

"둘째 보면서요"라고 대답할 거다.


오늘 아침도 그랬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맞춘 안경테가

6학년 올라가는 지금도 얼굴에 맞을 만큼

조그마한 얼굴로 쌔근쌔근 자는 녀석을 보면

키만 컸지 아기 같고, '귀여움 담당'이라는, 보이지 않는 글씨체가 얼굴에 쓰여있다.


"엄마가 안아줄게 일어나~"

뾰루지 하나 없는 아기피부를 간직한 채

잘 잤다는 신호로 발그레한 얼굴을 하고 살짝 부어있는 눈두덩이를 비비며 일어나면서 소리쳤다.

"무지개 빵빵이~~~"


뽀로로나 타요나 하츄핑을 볼 나이는 지났는데, 얘는 낮에는 사춘기 초입의 기 센 언니였다가 잠잘 때는 네댓 살과 친구 할만한 유아로 변신하는 듯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아 몰라, 아오 잘 잤다. 무지개 빵빵이~ 그냥 나온 말이야^^"


무거운 듯 가벼운 둘째의 하루가 시작됐다. 어젯밤 풀라는 수학문제집은 풀다 제쳐두고 과자가 나오는 상자를 만든다고 긴 직사각형 얇은 모양의 구멍을 내달라더니 진짜 만들어서 버튼을 눌러보라고 언니한테 건넨다."언니 낼모레 시험이야~"해도 둘이 버튼을 눌렀다가 상자를 열었다가 원리를 물었다가 뭐라 뭐라 설명하면서 한참을 놀았다.


무지개 빵빵이를 외치며 일어나 엄마가 안아줄 때 뽀뽀뽀 후엔 만개의 상상력을 펼쳐놓은 만들기를 펼쳐놓는 이 어린이는 아침밥을 대충 먹고는 돌돌이(보온보냉이 되는 스펀지로 둘러싸인, 짐 넣는 바퀴 달린 카트)를 끌고 도서관에 갔다. 친구 만나면 줄 거라며 마가렛트 여러 개를 챙겨서는.


엄마 몰래(라고 하기엔 대놓고 할 때도 많다) 핸드폰 게임도 하고, 심심해 죽겠단 전화를 친구들에게 주로 받으며, 온 동네 인형 뽑기 가게를 구석구석 알고 있고, 아이스크림 가게 돌아다니며 사 먹고 얻어먹고 사주기를 무한반복하는 영락없이 행복한 6학년.. 이런 애라도 있어야 집이 좀 즐겁지 싶다가도, 얘 입장을 생각하면 즐겁기만 하면 안 될 것 같은 학령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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