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눈깔이 안 좋은 거였을까
'꼴 사납다' '쳐다보고 있기 거북하다' '그땐 진짜, 아오-'
'아오-'라는 탄식이 들릴 때 웃지 않았는가? 떠올리며 공감하는 설명할 수 없는 답답함이 들린다. 눈깔 그 자체보다, 부모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쎈 감정'이 아이의 '그 눈깔'과 만나 휘몰아칠 때 벌어지는 대참사가.. 아마 익숙할 테다.
익숙하다는 말. 누구나 그런 시기를 겪는다는 진부한 표현. 이 말들을 핀셋으로 모음 하나 자음 하나 분리해 뜯어놓고 가만히 바라본다. 그 눈깔이 진짜 안 좋은 거였을까.
이 생각을 하게 된 건 얼마 전 찍은 아이의 여권사진이 의외로 똘망똘망하게 나와서였다. 아이 의지로 좌우되지 않는 듯한 흐리멍덩한 그 억눌린 느낌의 눈깔이 분명 있었는데, 그게 퍽 맘에 안 들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사진을 보니 보정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그 총기가 느껴져 내심 놀랐다.
"사람 됐더라~" 큰애 여권사진 잘 나왔다는 말을 나는 이런 식으로 표현했다. 칭찬이 익숙하지 않은 탓인데, 옆에서 둘째가 거든다. "본판이 예뻐서 그래~ 본판 90% 보정 빨 10%. 본판이 별로잖아? 보정해도 티나~~" 와.. 둘째는 칭찬을 이런 식으로 한다. 큰애 눈시울이 살짝 붉어질 정도로 감동적인 거들기였다.
여권 사진 한 번, 큰애 얼굴 한 번, 그렇게 여러 번을 번갈아 봤다. '걱정했던 눈깔이 사라졌는데?' 순간 그 눈깔로 시작된 것 같았던 대참사들이 떠올랐다. 내가 했던 '나가!!!!!!!!!!' 시전부터 별의별 비난 비하의 말들까지. 아이의 눈물 바람과 나의 책상 내리치기, 나아가 책장에 있던 책들을 다 바닥에 집어던졌던 기억까지.. 나의 그 못나먹은 행동 중심에는 '그 상황에서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울부짖음이 검붉은 피멍의 색깔로 얼룩져 물들어 있었다.
나는 자꾸 '이 꽉 깨물어 이빨 나갈 수도 있어'라고 말하고 내 뺨을 후려쳤던 나의 친부와- '까불면 어떻게 된다 그랬지? 혼나봐야 해, 아주 죽어라 맞아봐야 해'하며 속 후련해했던 친모가 떠올라, 아이의 청소년기에 내 불안을 덧씌웠다. 차마 그렇게 아이에게 똑같이 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차오르는 감정들을 어른스럽게 담아내지도 못했다. 따라서 아이의 사춘기는 내 사춘기의 재발(?)에 가까웠고 내 문제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보였던 아이의 눈깔은.. 떠올려보면 지금의 총기가 드러나기 전에, 겪어내야만 했던, '필연적으로 필요했던' 흔들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이상한 게 아니고, 없어서는 안 되는, 무언가 몸 안에서 요동치는 시기를 겪어내며 드러낼 수밖에 없는 흔들림- 이지 않았을까. 흔들릴 때 어떻게 초점이 명확하랴. 태어나 죽을 때까지 총기있는 눈으로 사는 것도 생각해 보면 부자연스럽다. 어찌 됐건 나는 초보 엄마였고, 부족한 점이 많았다. 지금에서야 반성문을 이렇게 끄적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