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고 입성기 6. 꿈 이야기

무의식이 먼저 말해줬던 상황들

by 아보카도

큰애가 1차 서류를 통과하고 2차 면접을 앞두고 있을 때였는지, 2차 면접을 통과하고 3차 면담을 기다리고 있었을 때였는지 정확하지는 않다. 아이가 나름 내 뜻을 꺾고 (과학고라는)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정한 마당에 어떻게 하면 될 것 같지만 과정은 잘 모르겠어서, 닥친 일들을 코 앞에 마주하고 덤불 헤치듯 나아가던 어느 날 아침이었다.


"엄마 나 꿈을 꿨는데, 합격해서 기숙사에 모여 앉아 떠들고 있었거든. 근데 정*하 걔도 있더라고."


큰애가 자다 눈을 뜨자마자 말을 했다. 이후 드라마 같았던 2차 합격, 최종 합격 후.. 일주일도 채 누릴 수 없는 기쁜 순간이 빠르게 지나갔고 정*하가 누군지는 올해 1월 졸업식이 끝난 뒤 졸업앨범을 받아보고서야 한참을 들여다봤다. (그 아이도 합격했고, 안면만 있을 뿐 잘 모르는 남자애라고 했다) 어떤 인연인지 지켜봐야 할 것 같은데, 조심스러운 내 성향상, 졸업 후에나 알게 될지도.


요새 나는 눈을 감으면- 어떤 이미지가 그려질 때가 있다. 혹은 선택의 기로에서 눈을 감고 O와 X를 차례로 떠올린 다음 크게 느껴지는 쪽을 선택하는 때도 있다. 사람을 보면 느껴지는 기운이라는 게 생겼다. 뭔지 정확히 모르겠다. 그런데 큰애는 어릴 때부터 사람을 보는 감이 있었던 것 같고, 아기 때부터 어른들이 얘를 어쩐지 어려워했다(애라고 만만히 여기고 장난치는 경우가 없었다). 큰애가 전해주는 주변의 이야기는 너무 정확하고 자세해서 '(상황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도 더러 있었다.


어쨌든 큰애가 전해주는 꿈 얘기는 이때가 처음이었다(이후로 가끔씩 꿈 얘기를 한다). 정황상 과고 원서접수는 위험을 감수한 도전이었고, 결국 일이 그렇게 되니 신기하기도 했다. (하늘이 도왔다고 백번 말했다..) 나는 무의식을 잘 모르며, 꿈을 해석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지만- 세상엔 신기한 일이 있으니, 간절할 때는 긴장을 조금 풀고 눈을 붙이는 일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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