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이야기 4. 모야

율목 도서관 어린이 작업실 이야기

by 아보카도

3년 전. 한창 중구 여기저기를 찾아다니던 때였다. 도서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던 때기도 했다. 중구 답동로 어느 골목을 따라 매우 경사진 언덕을 서너 번 오르면(차로 올라가다가 뒤로 미끄러지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을 서너 번 하면) 나타나는 율목 도서관. 그중에서도 안쪽에 자리한 어린이 도서관은 생김새부터 남달랐다. 한눈에 봐도 무진장 오래된 목재 건물이, 산 꼭대기 인천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탁 트인 공간 구석에 터줏대감처럼 소리 없이 뒷짐 지고 서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 안쪽의 2층 나무 계단을 올라갔을 때 눈이 휘둥그레졌던 기억이 난다. "여기.. 뭐야..?" 도서관 이곳저곳을 많이 다녀 봤지만 이렇게 인상 깊은 곳은 처음이었다. 아아, 이 훌륭한 곳을 3년 동안 열 번도 못 와봤다니.


오랜만에 이곳에 온 건 주말 반나절 쉬는 시간에 뭘 하고 싶은지 물었을 때 큰애와 둘째가 입을 모아 '율목도서관 가자'를 말했기 때문인데, 큰애는 나름대로 좋은 기억이 있고, 둘째는 초등학생까지만 이용할 수 있는 '모야' 작업실에서 반려 앵무새 그네랑 장난감을 만들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모야. 도서관 속 작업실. 정갈하게 짜인 나무장 사이로 바퀴, 나무조각, 글루건, 천조각, 온갖 색칠도구, 각종 끈 등 만들기 재료가 펼쳐져 있는 곳. 어린이만 들어가 스스로 생각한 것들을 향해 모험을 떠나는 곳. 아이는 이곳에서 재료들을 가지고 자기가 쓰임을 정하며, 관찰하고 표현할 자유를 누린다.

그랬다. 이곳을 처음 보고 반한 이유는, 우리 아이들한테 어릴 적 꾸며주고 싶었던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어릴 적 재활용 박스를 뒤적거리며 휴지심, 종이 상자, 색종이, 가위, 풀, 자, 테이프 등을 가지고서 그렇게 무언가 만들고 싶어 했던 내가 떠올라 한참을 주위를 서성거렸다. 그리고 만들기에는, 이 시대가 원하는 힘이 스며있다. 스스로 생각하고 도전하고 실패하고, 다시 일어서며 생각을 정돈하고 다른 방향을 찾아보는 힘 말이다.


둘째는 공간이 더운 것도 아닌데 얼굴이 발그레지도록, 이것저것 만져보고 조합하고 생각하고선 만들어냈다. 모란앵무가 탈 그네와 씽씽이였는데, 마가렛트가 떠오르는 둥근 코르크마개들과 나무조각들, 글루건, 마끈을 활용한 놀잇감이었다.


아이의 머릿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모든 과정을 알 수는 없지만, 그렇게 소중한 휴일에 저물었을 때 둘째가 한 뼘 자란 걸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공간을 후원해 주신 도서문화재단 씨앗, 기획해 주신 릴리쿰에 감사인사를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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