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쫄지 마.."
큰애가 정량평가에서 넘어지고 나서 손을 떨기 시작했을 중2 무렵부터 고1직전 지금까지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쫄지 마'였다.
처음 보는 사람부터 오래 보아온 사람들까지 그렇게 말씀 건네주신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겁먹은 표정, 움추러든 어깨, 얕은 숨..
능력에 비해 욕심이 많은 큰애의 그 인지 부조화는 이렇게 렇게 온몸으로 드러'났다'. 이 상황에서 그래도 믿어볼 만한 부분은 아이의 높은 자존감, 그에 바탕한 회복탄력성 정도다. (이 정서점수를 점수화시키면 0.01%안에 들거라 확신한다)
'왜 이 녀석이 형편없는 점수를 받아 들고도 나가떨어지지 않는가'는, 오랜 시간 선생님들의 질문거리였다.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을 만도 한데'라는 말을 순간 삼키는 표정을, 나는 슬프게도 너무 잘 알아차린다.
태어났을 때부터 아이와 동행했던 내 입장에서는 어느 순간,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고, 점수보다 노력을 높이 평가했던' 수많은 순간들에 회의감이 들 정도였다. 왜 신은 이 아이에게 너끈한 능력까지 쥐어주지 않았는지 원망스러웠다.
동계 올림픽이 한창이다. 왜 세계가 긴 역사동안, 심지어 국제정세가 이토록 흔들리는 현재에도 스포츠에 열광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는 오랜 시간 준비한 선수들이 넘어지고 일어서는 짧은 드라마를, 그 간절함과 진심 어린 표정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어느새 울고 있었다.
일면식도 없는 선수들의 표정에 마음이 가 닿는 건, 쫄고 있는 큰 애가 인지부조화를 딛고 일어서는 모습을 그들을 통해서 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치르는 경기의 경계선은 어디까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