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야. 너 설마 결혼했니? 유부녀였어?
우리 집에서 고장 난 건 나하나로 충분한데
너도 많이 답답했구나.
참다 참다 터져버렸구나.
어쩐지 얼마 전부터 목소리도 작아지고
웅얼거리더니 하고 싶은 말이 많았구나.
온종일 니 옆에 붙어 있었는데
정작 너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구나.
미안. 너에게 온전히 집중하고 싶은데
자꾸만 옆에서 '엄마' 하고 부르고
고개를 돌리면 여기 엉망, 저기 엉망
같은자리를 다섯 번 정도 치우다 보니
고작 한 시간도 쉬이 허락되지 않더라.
실은 나도 말이야.
내 얘기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이 필요한데
너도 알지? 우리 집 그 양반은 도통 모르잖아
말해도 못 듣고, 듣고도 모르고.
아무튼 미안해.
터지기 전에 보듬어줄걸 그랬지.
진작에 귀 기울여줄 걸 그랬지.
조금만 기다려 너도 나도 새것으로 다시 만나자 안녕.
TV 알아보러 코스트코에 갔다가
아이가 좋아하는 감자스틱 하나,
내가 좋아하는 주꾸미파스타를 샀다.
그런데 저 인간 내가 먹을라고 샀는데
기가 막히게 딱 맞춰 들어와 지가 다 먹는다.
아무튼 잘 먹어둬
나도 곧 터져버린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