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강 산책
어제 아침에는 평소에 안 다니던 길을 가 보았습니다.
커피 한잔 마시며 책 읽으려고 집을 나섰어요.
그런데 가는 길이 천국이라 오래 걸렸습니다.
우리 동네 근처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는지 미처 몰랐어요.
늘 가는 길로만, 가는 곳만 가서 그랬죠.
이름 모를 새들이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네요.
박자도 리듬도 톤도 다 달라서 귀 기울여 듣게 됩니다.
그 음악들이 힘차고 흥겨워요. 이어지는 행진곡 같아요.
"딱딱딱, 찌르찌르, 필릴리, 피피피, 꾸륵꾸륵, 까아까악. 삐리삐릭 삐삐삐, 피릭피릭"
인간의 언어로는 흉내내기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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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주변에 혹처럼 올라온 것들은 나무의 호흡근이라고 한답니다.
이 뿌리는 물 위로 나와 공기를 호흡할 수 있어요.
낙우송의 푸르름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물과 잘 어울리는 나무네요.
사실 호흡근, 낙우송 이런 거 검색해서 알게 되었어요.
관심을 가지니 저절로 공부하게 되네요.
공부도 사람도 세상도 결국 관심을 갖는 것 부터가 중요하군요.
모든 생물은 자연에 적응하여 살 아기기 위해 진화를 계속하네요.
땅속 호흡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땅 위로 머리를 저렇게 내밀었을까요?
마치 호흡근에 안 보이는 코와 입이 달려있는 거 같아요.
"얘들아 산소 많이 들이키고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도록 애써 주렴"
잉어가 진흙 속으로 고개를 처넣고 다이빙을 해서 먹잇감을 잡아요.
처음 보는 광경이 신기해서 한참을 보았어요.
큰 입을 쩍 벌리면 위협적입니다.
순간 물은 흙탕물이 되어 연기처럼 막을 드리워요.
작은 물고기부터 큰 물고기까지 다양한 생물이 보이는 걸 보면
이곳, 시민의 강에 먹잇감이 풍부한가 봐요.
생태계가 살아있는 숲은 모든 생물이 어우러져 함께 살아갑니다.
물결이 살알랑 어루만져요. 노래가 떠오르네요.
잔 물결, 큰 물결이 서로 어우러져 수면 위에 멋진 그림을 그리네요.
저렇게 동그라미가 그려진 아래에는 커다란 잉어가 있다는 뜻이에요.
관찰하며 발견했어요.
물결이 있고, 잉어가 있고, 먹잇감이 있어요.
모든 현상에는 원인이 있어요.
제가 여기에 머무르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자연이 주는 편안함, 신비감 때문이에요.
뱀딸기
저는 시골에서 어렸을 적에 이 열매를 뱀딸기라 불렀어요.
정확한 이름이 따로 있는지,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예쁘고 탐스러운데 못 먹어서 그랬을까요? ㅎㅎ
뱀딸기란 이름 때문에 예쁨이 많이 마이너스 됐어요.
이래서 이름이 중요합니다.
여러분들은 예쁜 이름 가지고 계시죠?
질경이는 모래와 흙의 유실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심어 놓은 거래요.
제 기억으로는 그 뿌리의 힘과 번식력이 대단하다고 알고 있어요.
어렸을 때 집 마당가, 뒤뜰, 밭에 지천으로 깔린 풀이거든요.
그 성가신 말썽 꾸리기 잡초도 이곳에 심어놓으니 볼품 있네요.
이곳에서 쓸모를 다하고 있으니
질경이에 대한 저의 시각이 바뀌면서 정겹고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아시나요? 질경이가 먹거리인 거?
저희 시어머니가 예전에 연한 질경이를 나물로 많이 무쳐 먹었다고
질경이를 볼 때마다 말씀하셨어요.
치매가 걸리셨어도 그 예전 기억은 사라지지 않으셨을걸요.
한 번 여쭤봐야겠어요.
누군가는 이 호흡근들을 오백나한 같다고 표현하네요.
그런 거 같아요.
저 식물이 워터코인이라고 지나가시는 분이 알려줬어요.
동글동글 코인들이라니 이곳이 황금의 땅이네요.
이 시민의 강이 사실 황금이에요. 이용하는 사람만 아는.
왼쪽은 맨발걷기 하는 황톳길이에요.
중년 이상의 여인들이 많이 눈에 띄어요.
건강에 신경 쓰시는 언니들...
남자분들은 왜 안 나오시는 건지 좀 불쌍해지네요.
뽕나무 열매 오디
왜가리? 포착!
솔방울들이 겁나게 떨어져 있어요.
이곳의 자연에 심취해서 즐기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어요.
카페는 갈 수 있을까요? ㅎㅎ
끊임없이 지저귀는 새 놈들 때문에 이곳에 머무르는 내내 귀가 시끄러워요.
뭐 할 말이 저리 많은지...
외로울 틈을 안 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