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말해 봐
우리는 이름이나 간판에 소원을 담곤 한다. 이름을 짓는 행위는 인간만이 할 수 있다. 인간은 몇 글자의 조합으로 하나의 세계를 펼쳐낸다. 어떤 이름에는 상상력과 창의력과 삶에 대한 태도나 세계관까지도 담겨있다.
'소소한 행복'이라는 카페 상호에서는 작은 것에서 기쁨을 찾는 삶의 자세를. '오늘도 맑음'이라는 블로그 명에서는 하루하루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맞이하려는 마음을. 어느 수제 공방의 '느린 하루'라는 이름에는 바쁜 세상 속에서 느리게, 단단하게 살고 싶은 주인장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어떤 사람인지 말하지 않아도 그에 대해 살짝 다가간 느낌이다.
길을 걷다가 간판들에 주목하게 되었다.
'대박 부동산', '천년 닭강정'
얼마나 대박이 치고 싶고 얼마나 오래도록 지속하고 싶으면 우리는 저런 이름을 지을까. 인간의 절실함과 함께 커다란 욕망을 드러내는 저 적나라한 이름들이 유치하다 생각되면서도, 이름과는 반대로 어딘가 모르게 애잔함이 밀려든다. 마치 저 이름을 내걸면 다 이루어질 것만 같은 희망을 붙들고 매일을 고군분투하는 우리네 인생살이가 짐작되어서 일까?
'멍냥멍냥', THE웃개', '삼시세떡'
이런 간판들은 입에 착 붙으면서 독창적이고 재치 있다.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고자 하는 주인의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사람들의 이름, 반려동물, 식물의 이름. 횟집 간판의 이름, 주말농장 팻말의 소유주 이름. 모든 이름들에서 그들의 꿈과 소망이 설렘을 가득 안고 별처럼 반짝인다.
바닷가 여행지나 사찰에 가면 조개껍데기마다 기왓장마다 이름과 함께 소원들이 이야기를 한다. 가족들의 이름이 구성원대로 유성 사인펜에 녹아있다. 사랑하는 연인의 이름 사이에 하트가, 자녀들과 친구들 이름에 건강과 복의 기운을 모두 불어넣었다. 꿈을 안은 이름들이 꿈틀댄다.
" 사위 이름은 왜 안 썼어? 빨리 사위도 써."
이름이 빠진 사람은 복받는 행렬에서도 제외될까 봐 걱정하는 마음이 앞선다.
두 손을 모으고 부처님 앞에 절을 한다. 간절함이 닿도록 무릎을 꿇고 경건함을 다한다.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다. 우리가 매일 부르며 간직하는 희망의 주문이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사랑, 그리움, 기도, 다짐이다.
그러니 오늘도 풍성한 나의 마음을 담아 너의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