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오늘

아들의 수술과 우리의 갱년기

by 문이


군에 있어야 할 아들이 내 곁에 있고 매일 볼 수 있다니 사람 일은 내일 당장 어떻게 될지 정말이지 알 수가 없다.

지난 월요일 오후에 군 복무 중인 아들이 국군 통합 병원이라며 남편에게 연락이 왔다고 했다. 전에 보초를 서다 왼쪽 발목을 살짝 삐어서 오른쪽 발목에 힘을 주며 생활하다 보니 무리가 되었는지, 전날에 발목이 붓고 통증이 심해서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했다. 다음날 아침이 되어 병원에 갔는데 대기가 너무 길어서 아픈 상태로 끙끙 앓다가 오후 4시가 되어서야 x레이, mri를 찍고 약을 먹었다고 한다.


상사가 나에게 전화를 해서 경과를 자초지종 설명해 주었다. 예전에 자주 접질렸던 오른쪽 발에 떨어져 나간 뼛조각이 있어서 그 걸 찾아 제거해야 하고 깎아내기도 해야 할 것 같으니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비용 면에서 자가 부담인 민간병원에서 할지 전액 무료인 국군병원에서 할지 선택을 하라고 해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지인들에게 물으니 모두가 민간병원을 권했다.


다음날 일찍 면회 외출로 허가를 받아 집 근처 병원으로 데리고 와서 진찰을 받아보기로 했고, 화요일 아침 일찍 데리고 나왔다.

병원 오픈 시간에 맞추어 가서 진료를 받고 당일 입원과 수술 일정을 바로 잡았다.


그리하여 금요일인 어제 수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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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에 붓기가 심해서 바로 수술을 할 수 없었다. 엊그제는 병문안을 남편과 내가 일을 마치고 밤 9시가 되어갈 무렵에 갔더니 병원 휴게실 문이 닫혔다. 입원실 앞 복도 의자에 앉아서 얘기를 하는데 더위에 숨이 막힌다.

"엄마 갱년기라 더워서 여기 힘들다 1층에 카페 가서 얘기하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는데 갑자기 훅, 어떤 에너지 같은 것이 치고 나오더니 땀이 쫙 솟아나고 이마와 머리 경계선이 축축해진다.

"아, 갑자기 또 땀이 나 죽겠네."

내 말에 반대편에 서 있던 젊은 할머니가 고개를 쑥 빼고 나를 향해 그 마음 안다는 듯이 웃으면서 바라본다.

"나도 갱년기야, 남자도 갱년기가 와"

남편의 이 말에 할머니가 말했다.

"맞아요, 남자도 갱년기 와요. 근데 아저씨는 아직 갱년기 올 나이로는 안 보이는데." 하신다.

흡족해할 남편의 얼굴이 내 머릿속에 바로 그려졌다. 젊어 보인다는 말을 제일 듣기 좋아하는 남자. 아니나 다를까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자랑을 한다.

"봤지? 내가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니까. 하하."


이 남자도 나이가 들어가는지 행동이 변화되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이제 머리 쓰는 거보다 땀 흘리며 아무 생각 없이 몸으로 움직이는 일이 좋다고 한다.

예전에는 나를 위해 샀던 등산 모자들을 나중에 나이 먹고 다시 등산하면 주겠다며 애지중지 아꼈건만, 이제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맘껏 쓰라며 꺼내어 준다.


세월이 흐르니 우리의 뾰족했던 부분들이 점점 닳기도 하고 없었던 몸의 변화가 찾아 오기도 한다. 갑자기 예기치 못한 일들이 발생해서 당황스러운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는 순간들도 모든 것은 쉼 없이 변화하고 있다. 살면서 우리는 늘 내일을 알고 있는 듯 행동하지만 사실 아무도 모르지 않는가?

이런 불확실성 앞에 서니, 불현듯 오늘이 더 소중하게 생각된다.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두려움은 접어두고 오늘에 충실해야겠다. 오늘 내가 의미 있게 할 수 있는 일들을 선택하고 집중하자. 그 오늘이 쌓여 든든한 내일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커지니까.

그리고 나와 가족과 내 주변의 현재의 안전함과 건강함에 감사한다. 함께 울고 웃어 줄 그들이 곁에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이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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