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생각

일상관찰

by 문이


나는 길을 걸으며 내 눈에 비치는 세상에 상상의 옷을 입힌다.


눈에 보이는 것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공원의 나무 그네에 앉아 정원사가 된다.


거대한 국가 정원을 조성하고,


그 안에 꽃을 심고, 나무를 배치하고,


내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나라를 만든다.


하얀 꽃은 한국, 붉은 꽃은 중국, 작약은 유럽의 것이다.


알록달록한 꽃들은 미국처럼 혼합되어 있다.


나는 정원을 넘어, 세계를 만든다.



요즘 비둘기들은 겁이 없다.


사람이 옆을 지나가도 그 자리에 버티고 앉아 있다.


비둘기만 그런 게 아니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도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 화면에 얼굴을 파묻은 채 걷는다.


옆에 누가 지나가도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비둘기처럼. 아니, 어쩌면 더 무감각하게.




900%EF%BC%BF20250616%EF%BC%BF124658.jpg?type=w966 앉아 있는 비둘기들




사람들의 걸음을 본다.


어떤 사람은 땅만 보고 걷는다. 무슨 생각에 잠겨있을까?


또 어떤 사람은 무거운 가방을 삶의 무게인 양


온몸으로 지탱하며 기울어진 채 걷고 있다.



신호등 앞,


두 명의 동남아 여성들이 서로 깔깔대며 이야기한다.


출근 얘기일까, 상사 욕일까,


아니면 집에 두고 온 아이 이야기에 웃고 있는 걸까.


알 수는 없지만,


고향을 떠나 먼 타국으로 건너와 정착한


그녀들의 웃음이 왠지 따뜻하게 느껴진다.



며칠째 같은 공원의 같은 벤치.


전기장판을 푹 뒤집어쓴 채 아침 해가 뜨도록


잠들어 있는 사람.


여자일까, 남자일까.


나흘째 이곳에 있다.


벤치 옆 선반 같은 곳에 텀블러와 물건들을 가지런히 올려놓았다.


마치 작은 살림을 차린듯 하다.


그 안에서 나는 또 상상한다.


가출? 실직? 우울?


그냥 자유를 택한 걸까?


이 도시 속 한편에 틈처럼 놓인 삶의 단면이 궁금해진다.


그리고 나는,


매일 그 벤치에 들러본다.


그녀의 안부가 궁금해져서.


그녀가 다시 삶의 안으로 들어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모든 것이 내 삶의 영위와 상관없는


나와 동떨어진 쓸모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렇기만 한 것일까?


아주 작은 푸른 별에 몸담은 생명들,


우연이 수없이 겹쳐 내 곁에 다가온


크나큰 인연.


그래서 나는 그들의 안위가 신경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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