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관찰
나는 길을 걸으며 내 눈에 비치는 세상에 상상의 옷을 입힌다.
눈에 보이는 것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공원의 나무 그네에 앉아 정원사가 된다.
거대한 국가 정원을 조성하고,
그 안에 꽃을 심고, 나무를 배치하고,
내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나라를 만든다.
하얀 꽃은 한국, 붉은 꽃은 중국, 작약은 유럽의 것이다.
알록달록한 꽃들은 미국처럼 혼합되어 있다.
나는 정원을 넘어, 세계를 만든다.
요즘 비둘기들은 겁이 없다.
사람이 옆을 지나가도 그 자리에 버티고 앉아 있다.
비둘기만 그런 게 아니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도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 화면에 얼굴을 파묻은 채 걷는다.
옆에 누가 지나가도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비둘기처럼. 아니, 어쩌면 더 무감각하게.
사람들의 걸음을 본다.
어떤 사람은 땅만 보고 걷는다. 무슨 생각에 잠겨있을까?
또 어떤 사람은 무거운 가방을 삶의 무게인 양
온몸으로 지탱하며 기울어진 채 걷고 있다.
신호등 앞,
두 명의 동남아 여성들이 서로 깔깔대며 이야기한다.
출근 얘기일까, 상사 욕일까,
아니면 집에 두고 온 아이 이야기에 웃고 있는 걸까.
알 수는 없지만,
고향을 떠나 먼 타국으로 건너와 정착한
그녀들의 웃음이 왠지 따뜻하게 느껴진다.
며칠째 같은 공원의 같은 벤치.
전기장판을 푹 뒤집어쓴 채 아침 해가 뜨도록
잠들어 있는 사람.
여자일까, 남자일까.
나흘째 이곳에 있다.
벤치 옆 선반 같은 곳에 텀블러와 물건들을 가지런히 올려놓았다.
마치 작은 살림을 차린듯 하다.
그 안에서 나는 또 상상한다.
가출? 실직? 우울?
그냥 자유를 택한 걸까?
이 도시 속 한편에 틈처럼 놓인 삶의 단면이 궁금해진다.
그리고 나는,
매일 그 벤치에 들러본다.
그녀의 안부가 궁금해져서.
그녀가 다시 삶의 안으로 들어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모든 것이 내 삶의 영위와 상관없는
나와 동떨어진 쓸모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렇기만 한 것일까?
아주 작은 푸른 별에 몸담은 생명들,
우연이 수없이 겹쳐 내 곁에 다가온
크나큰 인연.
그래서 나는 그들의 안위가 신경이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