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고민과 함께
아들이 군에 복귀하게 되어 어제는 여름휴가차 파주에 다녀왔습니다.
예전부터 우리 가족의 단골인 '오두산 막국수'에 들러 점심 식사를 했어요. 허영만의 '식객'에도 등장한 이 식당은 녹두전이 일품입니다. 빵처럼 두툼하고 바삭한 모습 안에 아삭한 숙주와 돼지고기가 들어있습니다. 차가운 에어컨 아래서 뜨거운 녹두전을 호호 불어가며 한입 베어 문 순간, 고소한 맛과 식감에 사로잡힙니다. 저는 코다리 막국수를 먹었는데 오랜만에 먹어서인지 더 맛있더라고요. 남편은 물 막국수, 아들은 온메밀. 각자가 늘 먹던 것만 먹습니다. 익숙함을 좋아해요. 아들은 온메밀의 국물이 끝내준다며 연신 '으흠' 소리를 해대며 먹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차로 조금 더 달려 문지리에 있는 유명 카페에 갔습니다.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3층까지 자리 찾아 삼매경. 한참을 떠돈 뒤 창가가 보이는 소파 자리를 잡았습니다. 빵과 음료를 주문해서 다 먹고 나니 포만감이 밀려듭니다.
남편은 달게 잠을 자고 아들은 핸드폰을 보고 저 혼자 카페 구경에 나섰습니다. 식물 카페에 왔으면 식물 구경도 같이 하면 좋으련만 우리 집 남자들은 아쉽게도 그 취향이 아니네요.
내 옆자리에 중년인 두 여자가 나란히 함께 앉아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수다를 떱니다. 마음이 잘 맞는 친구랑 둘이 와서 다정하게 있는 모습이 은근 부럽더라구요.
카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는데 수국을 비롯한 각종 식물 조경이 너무 예뻐서 흠뻑 빠졌습니다.
멈춰있는 구름,
세상의 빨강이란 빨간 것들은 다 모아다가 녹여낸 것 같이 빨갛네요.
초록초록초록 녹색,
'푸른 논, 흰 구름, 파란 하늘, 하얀 수국, 노란 소파와 맛있는 빵, 향긋한 식물에서 온 디퓨저 향. 모든 것이 완벽했다!'
구경을 마치고 오전에 쓰다만 블로그 글을 마저 썼어요. 아들과 함께 봤던 영화 리뷰를 쓰고 나서 아들에게 보여줬어요.
"이거 읽어 봐."
아들은 귀찮아하며 마지못해 노트북을 받아들어요.
"솔직히 말해도 돼?"
아들의 신랄한 지적이 있었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엄마를 위한 아낌없는 조언이었으니까요.
아들은 나의 '감상 위주로 쓴 글에 대해 독자를 위해 자세한 설명을 해 줘야 한다'라고 했어요. 저도 알지만 저의 조급함과 귀차니즘은 줄거리나 배경 설명을 건너뛰게 합니다. 검색하면 금방 알 수 있는 내용이라 쓰지 않았다고 항변해 봅니다.
아들은 블로그 글쓰기를 왜 하느냐고, 전에 사람들이 많이 보았으면 한다고 하지 않았냐며 캐물었습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글을 쓰려면 시간을 갖고 써야 하는데 매일 쓰려 하니 어쩌면 그것이 오히려 글쓰기 실력을 키우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겠다 해요.
아들은 저와 달리 좀 비판적인 태도가 강해요. 그의 말을 통해 고민을 좀 해봅니다. 지금은 백일 글쓰기 인증 중이라 당장 바꾸기는 어렵고, 하다 보면 길을 찾아가리라 생각합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잘 된 글을 매일 쓰는 거겠죠.
이렇게 아들과의 당일치기 여름휴가가 뜻깊게 막을 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