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기획 노하우
"오늘 나의 하루를 어떻게 기획할 것인가? 나의 기분을 어떻게 기획할 것인가? 나와 만나는 사람들의 감정을 어떻게 기획할 것인가? 나에게 주어진 프로젝트를 어떻게 난리 나게 기획할 것인가?"
<기획의 정석>, 박신영 에필로그 부분
개인적으로 이 책은 몇 페이지에 달하는 에필로그 부분이 더 마음에 들었다. 본론은 좀 기술적인 노하우를 알려주고, 개인의 역량에 따라 좌우되는 것들이지만 에필로그는 마인드를 강하게 해 주는 정신교육이다.
"인생에서 후달리는 시기는 계속 온다. 그것은 정상적인 일이고, 그 시기를 지나고 나면 결국 잘하게 될 것을 알기에 버텨낸다. 어색하고 두려운 영역을 익숙하게 만들어 원래 잘했던 것마냥 즐기며 사는 삶은 누가 먼저 yes를 하느냐에 달려 있다."
"주어지는 기회들에 진정으로 감사한다. 취소되어봐서, 끝도 없이 연기되어봐서 그 감사함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주어지는 것들이 당연한 줄 아는 촌스러운 사람이 되었으리라. 앞으로도 취소되고 연기되고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주어졌을 때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겸허히. 초연히."
<효과적인 기획>
"때론 상대방이 당신의 기획이 싫어서 거절하는 게 아니라 그저 이해가 안 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니 한두 번 실패한다고 실망하지 마시고 계속 훈련해보시라. 내가 말하고 싶은 걸 너의 뇌에 있는 것으로 이야기하기. 이렇게 하면 말과 글의 효율이 눈에 띄게 좋아진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은 자동차를,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음식을, 어떤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면 그 직업에서 발생하는 상황에 빗대어 표현해보는 연습을 해야겠다.
이 밖에도 '숫자를 사용하여 말해라. 문제 상황의 경험을 말해라. 나의 기획에 취하지 말고 상대방의 뇌리에 강렬한 기억을 남겨라. 부정의 연상회로를 남기지 않도록 조심하라.'등의 조언들이 의미있게 다가왔다.
재미있고 인상적인 에피소드들을 많이 실어 놓아서 이해도 쉽고 딱딱하지 않은 책이었다.
"사람은 ‘딱 자기가 바라고 믿는 만큼’의 사람이 될 확률이 높다. 긴 인생 산 건 아니지만 소름 끼칠 정도로 절감한 적이 있다. ‘다 필요 없고 조그마한 방에서 뿔테 안경 끼고 책에 둘러싸여 책이나 읽으면 좋겠어.’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어느 날 정말 조그마한 방에서 뿔테 안경을 끼고 책을 읽다가 화들짝 놀랐다. 헉! 딱 그만큼이 된 나랑 예전에 생각했던 내가 만났던 것이다."
"김정운 교수의 초대형 베스트셀러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를 기억하는지? 누가 이런 제목을 지었는지 정말 기가 막힌다고 생각했다. 두 쌍 중 한 쌍이 이혼하는 시대에 ‘아내와 하하 호호 웃음꽃 피우며 사는 법’ 같은 제목은 귓등으로도 안 들릴 거다. 서점에 갔는데 ‘엇, 누가 내 마음을 써놨지?’ 생각하고 홀리듯 책을 집어 든 남자들이 없었다.
또한 이 책은 그런 생각을 했다는 죄책감에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는 큰 위로가 되기도 했다. 그런 상황을 인정하고 현실적으로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려주면 그 이야기를 듣게 될 가능성이 높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 = 뭘 좀 아는 사람’으로 인식하니까."
"한번은 ‘생활공작소’라는 브랜드에서 주방세제를 샀는데, 이름이 ‘여보, 먹었으면 치워야지-주방세제’로 되어 있어서 이마를 쳤다."
"내가 기획하고 있는 영역에서 공략할 사람들, 그리고 허심탄회하게 나오는 속마음 구시렁을 100개 정도 모아보시길. 나는 정말 이 과정을 길게 한다. 사람들이 필터링 없이 하는 말들을 산 채로 포획하는 거다. 수집한 내용을 내 언어로 가공하지 않는다. 그냥 살아 있는 그대로 가져와 내 콘텐츠랑 붙인다."
여기서 속마음 구시렁은 사람들의 불평, 불만, 문제점을 말한다. 그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기획이다. 결국 기획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인 듯하다.
"Why를 계속 물으면 본질로 가게 된다. 즉, 진짜 문제를 알아야 진짜 해야 할 일들이 보인다. 그러면 두려움, 아득함, 허망함 등 가짜 감정들과 주변적 요소들에 속을 새 없이 본질적인 실행 방안이 도출된다. 기획이든 인생이든 모두 그렇다. 시키는 대로 노예처럼 사는 인생 말고, 창조주의 유일무이한 작품으로 살기 위해 묻는다.
오늘 나는 왜 사는가?"
"발표를 할 때도 100번만 해보자. PPT를 만들 때도 100개만 만들어보자. 운동을 배울 때도 100번만 반복해보자. 이런 습관을 기르면 마음이 편하다. 자신에게 매우 관대해지기 때문이다. 몇 번을 실패해도 괜찮다. 지금은 절대량을 쌓고 있는 순간이니까."
"콘셉트나 아이디어를 생각해내야 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만약 꽃이라는 주제가 던져지면 하루 종일 꽃만 찾아보는 식이다. 하루가 무언가? 며칠 동안 모든 감각을 꽃에 집중시키고, 블로그든 책이든 꽃과 관련된 내용을 찾는다."
그녀의 책을 덮으며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꾸준한 반복과 열정으로 실행하는 치열함이 함께 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작은 일을 하더라도 기획을 세워서 해보고 싶다. 상대방과 세계를 관찰하여 끊임없이 질문하고 질문하는 것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