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김치와 생김치

by 문이


남편이 여행을 갔다. 남편의 몸은 안 오고 대신 바나나와 생김치가 왔다. 새벽에 대문을 열었더니 커다란 박스 안에 1kg 포기김치와 바나나가 딱 버티고 있었다. 어제 그가 주문을 했나 보다.


새벽 산책 후 쉬고 있는데 졸리면서 피곤하다. 에너지를 만들 음식이 필요했다. 냉장고 안에 있던 찬 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익은 김치를 손으로 쭉쭉 찢어 밥을 뜬 숟가락 위에 처억 걸쳐 한 입에 와앙 물었다. 알맞게 숙성된 신 김치 맛에 침샘이 폭발한다.

혼자 대충 먹어도 맛있고, 반찬 없이 김치 하나만 놓고 먹어도 맛있다. 나의 입맛의 척도로 아직까지 건강함을 알아차리는 순간이 기쁘다.


방금 도착한 생김치도 먹어 볼까? 작은 김치통에 김치를 넣어 정리하고 먹을 만큼을 덜어냈다. 이것도 손으로 찢어 놓고 신 김치와 생김치를 번갈아가며 먹었다.


소금에 덜 절여진 겉절이 같은 생김치는 꿈이 많다. 천방지축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팔팔 거린다. 자기 고집을 부리며 뻣뻣하게 뻐튕기다가 작은 충격에 쉽사리 꺾이기도 한다. 양념이 덜 베어 맵고 짠맛을 다 알지 못한다. 하지만 패기만으로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반면, 신 김치는 양념을 충분히 받아들여 숙성이 되었기에 부드럽다. 먹는 이의 손길 따라 결대로 움직인다. 지나온 시간들이 조화롭게 버무려져 시큰달큰 맛과 향기에 녹아난다.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이렇듯 신 김치와 생김치는 각자의 매력이 있다. 이른 아침 김치 하나가 두 가지 반찬이 된 듯 다채롭다.





('케테헌'에 한국인 김치먹는 장면도 넣었다면 외국인들도 신기해서 따라했을것 같다. 그 장면이 빠져서 아쉽다.)








오늘 하루도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고,


풍성하게 존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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