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에 대한 반응은 순간적이고 즉각적이다.
특히, 기억과 연결된 냄새는 순식간에 나를 추억의 시간과 장소로 데려다 놓는다.
노르스름한 주홍빛 복숭아 껍질을 벗길때, 향긋하고 달콤한 냄새가 코 끝을 간질인다. 침샘이 솟는 그 순간, 나는 이미 어린 시절의 아버지와 함께 했던 지리산 자락 언덕배기에 서 있다.
그곳에서 우리 가족은 복숭아 묘목을 심었다. 아버지는 삽으로 구덩이를 파고, 뿌리를 가지런히 묻은 뒤 흙을 덮고 발로 꾹꾹 다졌다. 이어서 물을 주며 나무가 뿌리내리길 바라셨다. 언니들과 나는 옆에서 아버지를 도우며 여러 그루의 묘목을 줄 맞춰 심었다. 몇 년 뒤 나무에 매달릴 탐스러운 복숭아를 떠올리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때 비로소 그 언덕은 ‘복숭아 밭’이 되었다.
몇 해가 지나 천도복숭아가 열렸다. 하지만 관리가 부족해 풍성한 수확은 이루지 못했다. 이듬해 아버지는 그 밭을 이웃에게 넘기셨고, 우리 가족은 도시로 이사했다.
복숭아 냄새는 여전히 고향의 향수를 불러낸다. 아버지와 함께 흙을 다지던 소리, 언니들의 웃음, 땀방울이 반짝이던 언덕배기의 햇살이 그 향 속에서 살아난다.
원문장
냄새의 뇌관을 건드리면 모든 추억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다. 수많은 영상들이 덤불 속에서 튀어 오른다.
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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