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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 두 얼굴

by 문이



낮은 규율과 질서에 맞추어 살아야 하는 시간이다. 자신보다 주변을 먼저 배려하고 살피며, 나의 자리에서 내 몫을 다해야 한다는 의무가 주어진다. 태양이 밝을수록 감춰야 할 것이 많아진다. 얼굴에 가면을 쓰듯 진한 분칠을 하고, 자외선 차단제로 보호막을 두른다. 헐벗은 마음이 드러나지 않도록 두꺼운 갑옷을 걸친다.

그러나 밤은 달리 작용한다. 어두운 밤은 오히려 많은 것을 드러낸다. 낮에는 감춘 기미와 주근깨조차 드러내도 자유롭다. 텅 빈 거리에서 가끔은 신호등을 무시하고 길을 건너며, 설명하기 힘든 해방감마저 맛본다.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 나는 비로소 나 자신을 투명하게 바라본다. 짙은 어둠 속에서 별은 더욱 빛나고, 고요함 속에서 나는 오히려 선명해진다.

우리는 낮과 밤을 오가며 자신에게서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지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렇게 균형을 배우고, 삶의 에너지를 이어간다. 낮은 외부의 나를 세우고, 밤은 내면의 나를 일으킨다. 결국 삶은 두 얼굴의 시간을 오가며 완성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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