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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by 문이



갱년기는 인생 2막이 새롭게 펼쳐지는 시기다.
하루에도 몇 번씩, 몸 깊은 곳에서
생이 용암처럼 솟아오른다.
격렬한 불꽃이 몸 밖으로 뿜어져 나온다.

움츠림 속에 꽁꽁 숨겨두었던 수줍은 얼굴,
인내로 견디며 구겨 넣었던 감정들,
주변을 지키느라 미뤄둔 세월.

오랜 시간 묵혀 두었던 것들이
여름 장맛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찬란하게 빛날 가을꽃은
다시 맞는 봄처럼 호들갑스럽고 시끄럽게,
그러나 봄처럼 가볍게 날리지 않고
가을처럼 깊고 무겁게 우뚝 솟아오른다.

갱년기는 동굴 밖을 나와
매일, 새로이 여행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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