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원어치의 한우 국거리용을 300그램 정도 샀습니다.
일하느라 애쓰는 그를 위해 아침 밥상에 미역국을 올려주고 싶었어요.
저녁에 줌 강연 청취를 마치고, 미역을 불리고, 참기름에 소고기를 볶고, 냄비 가득 물을 붓고, 간을 하고, 그렇게 완성을 했어요.
다음 날 아침, 그는 맛있게 먹었습니다. 저는 대충 먹고 설거지를 했어요.
음식을 만들고, 밥상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는 시간들이 매일 반복됩니다. 하지만 이 일의 가치를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고 무심히 지나칩니다. 심지어 저 조차도요.
왜일까요? 매일 반복되는 당연시되는 일상이기 때문입니다. 주변의 공기가 당연히 늘 있어서 의식하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하루 플래너를 기록하다 보면 마음에서 걸러낸, 의미 있다고 부각시킨 일들만을 적습니다. 중간중간 텅 빈 여백을 보며 생각했어요.
'오늘도 별로 한 게 없네. 이 시간엔 어영부영 시간을 죽였구나.'
되돌아보니 그 시간은 부엌에 있었거나, 세탁기를 돌리고 양말을 접거나,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렸거나, 그런 시답지 않다고 생각한 일들을 하고 있었더라고요.
일상을 잃어버린 삶을 살아 본 사람들은 그 시간의 가치를 잘 압니다. <작가 선언>책의 저자, 엄민정 작가의 이 페이지를 읽다가 그만 울컥하게 되는 것은 그녀의 문장들이 저를 각성시켰기 때문이죠.
이제, 충분히 가치 있었던 소중한 일들을 플래너에 적기로 합니다.
'가족 식사 준비', '미역국 끓이기', '샤워하기', '집 청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