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달리기를 포기하고 얻은 뜻밖의 자유

내맡김의 미학

by 문이

우리는 종종 자기 계발이라는 미명 아래 자신을 몰아세우곤 합니다.

새벽 달리기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어느덧 그 목표는 즐거운 운동이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 할 심리적 시간의 짐이 되어 우리를 짓누릅니다.

눈을 떴는데 도저히 나가기 싫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게으르면 안 돼"라며 에고의 채찍질에 못 이겨 억지로 몸을 일으켰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저항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톨레는 말합니다.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현재 자신의 무기력함이나 상태를 의식적으로 받아들이라고 말이죠. 이것은 나약함이 아니라, 내면의 불필요한 갈등을 멈추는 위대한 영적인 힘입니다.

새벽에 억지로 나가는 대신, 저는 오후에 정말 달리고 싶다는 마음이 차올랐을 때 운동화를 신었습니다.

새벽 몇 시라는 인간이 만든 기준과 잣대에 저를 맞추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인증이 목적이 아니라, 달리는 행위 자체가 즐거움이 되는 현존의 상태를 만끽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자신을 다그치는 저항을 멈추고 상황에 내맡기자 오히려 달릴 수 있는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생겨났습니다. 에고의 마음은 늘 미래의 어떤 성취를 위해 '지금'을 수단으로 축소하지만, 내맡김을 통해 저는 비로소 '지금 여기'의 풍경과 호흡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일상적인 무의식 속에서 해야만 한다는 낮은 잡음(에어컨 소리 같은)에 시달리며 삽니다. 하지만 가끔은 그 소리를 끄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억지로 하는 새벽 달리기보다, 기쁘게 하는 오후 달리기가 우리를 더 깨어있게 만듭니다. 내맡김은 우리를 게으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가장 생동감 넘치는 존재로 돌려보내 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일상의 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