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왜 이유없이 눈물이 날까요

by 문이

봄날, 이유 없이 눈물이 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어느 봄날, 정오를 조금 지난 시간이었습니다. 산책로 옆 돌 위에 앉았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힐끔거리며,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시간을 그대로 흘려보냈습니다.
바람은 아직 약간 차가워서 오히려 더 시원하게 느껴졌고, 정강이에는 햇빛이 바지를 뚫고 들어와 따갑게 닿았습니다. 눈이 부셔서 오래 뜨고 있을 수 없는 오후였습니다.
손에는 소설 한 권이 들려 있었습니다. 몇 장을 넘기다가, 어느 문장에서 멈춰 섰습니다. 내용과는 상관없이 이유를 알 수 없이 코끝이 찡해지고, 눈물이 올라왔습니다.
고개를 들자 멀리 산수유가 보였습니다. 노란 꽃들이 햇빛을 받아 유난히 밝았습니다. 눈이 시릴 만큼 환하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찬란했습니다. 그런데 그 빛이 이상하게도 슬프게 느껴졌습니다.
분명 아름다운데, 왜 슬픈 걸까요.
그 순간,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혼자 툇마루에 앉아 쏟아지는 햇살을 가만히 받으며 멍하니 있던 시간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빛 속에 잠겨 있던 순간이었습니다. 지금의 느낌이 그때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독, 다작, 다상량을 말해주던 선생님의 목소리가 함께 떠올랐습니다. 산책로에 앉아 책을 읽다 멈춰 서 있는 지금의 저는, 어쩌면 그때의 저에게 닿아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도 스쳤습니다.
먹고 살기도 바쁜 현실 속에서, 이런 감정은 사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해야 할 일은 쌓여 있고, 신경 써야 할 것들도 많은데, 이렇게 멈춰 앉아 이유 없는 슬픔을 느끼고 있는 시간이 괜찮은 걸까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감정은 여유가 있어서 생긴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동안 미뤄 두었던 마음이 잠시 올라온 것일지도 모릅니다. 계속 달리기만 하다가 잠깐 멈춰 섰을 때 비로소 숨이 느껴지듯이, 마음도 그렇게 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자리에서 조금 더 앉아 있었습니다. 눈이 부셔서 자꾸만 감기는 눈을 그대로 두고, 바람과 빛을 느끼며 조용히 머물렀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먹고 살기 바쁜 현실 속에서도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아직 내가 다 닳아버리지 않았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고요.
혹시 여러분도
이유 없이 마음이 젖어드는 순간을 느껴보신 적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