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예전엔 길을 걷는 시간도 아까웠다. 그 시간에 무엇이라도 긁어모아야겠다는 욕심이 그득했다. 유튜브 방송을 듣기 위해 무선 이어폰을 귀에 장착하고 길을 나서며 오디오 북, 정치뉴스, 북 리뷰, 영화 평론 등 다양한 지식을 탐했다.
독서를 하고 길을 걸으며 사색을 하는 것이 좋다는 지혜의 말씀들을 책에서 보았다. 그래서 귀를 비어 둔 채 걸어 보았다.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상념들이 스친다.요즘 내가 읽고 있는 책, 그녀의 글을 만나러 가는 길이 설레고 즐겁다. '꼭 연애만이 설레고 좋은 것만이 아니었구나, 좋아하는 책이 연애만큼이나 초콜릿만큼이나 달콤하고 설렐 수 있구나.'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채워진다.
블로그 이웃들의 글도 떠오른다. '그분은 이런 책을 읽고 이런 생각을 하셨구나', '이런 시도 쓸 수 있구나. 얼마나 아팠을까.'
지난 영어 수업 시간에 있었던 장면도 떠오른다. 그 아이는 참 어이가 없었다, happy를 해피라고 읽는 거라고 알려주고 "이거 뭐라고 읽는다 했지?" 하니까 "영어요" 라고 답해서 고구마 100개 먹는 답답함이 올라왔다. 그냥 웃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 '요즘 소통이 안되는 아이들이 늘어가는데 왜 그럴까?' 하면서 시작되는 고민들.
그런 상념들이 나의 길 위에 있었다.
듣는 것은 생각할 시간을 안 준다. 멈춤이 없다. 일방적으로 소리가 들어오기에 나도 모르게 빠져나간다. 반면에 걸으면서 생각하는 것은 두뇌 신경세포들이 뻗치고 뻗쳐 그물을 만들어 어떤 생각 입자들로 채워지고 머무르게 한다. 그 머문 것들이 덩어리가 되어 글로 나오기도 한다.
걸으면서 만들어진 사색이 맛있다. 그 재료에 여러 가지 나만의 비법 양념과 조미료를 넣어 말과 글이라는 음식을 내놓는다. 사색의 길을 걸으며 누군가 좋아해 주는 글로 된 음식을 만드는 행복한 요리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