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신 <당신이 옳다 >서평
존재를 살리는 적정심리학: 전문가의 이론이 아닌 일상의 치유
정혜신 정신과 의사의 <당신이 옳다>는 복잡한 심리학 이론이 아니라, 일상에서 누구나 실행할 수 있는 적정한 치유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정신과 의사로서 질병 중심의 의료적 시각에 갇혀 있었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15년 동안 사회적 성공을 거둔 이들과 트라우마 현장의 피해자들을 만나며 사람 자체에 집중하는 감각을 회복했다.
이 과정을 보며 빅터 프랭클의 로고테라피를 떠올렸다. 이론에 머물지 않고 실제 고통의 현장에서 증명된 심리학이라는 점이 닮았기 때문이다.
"관계의 갈등이 쌓이면 삶은 뒤틀린다. 이때 필요한 것은 거창한 상담이 아니라, 매일 먹는 집밥처럼 소박하고 즉각적인 치유다. 나는 이것을 스스로를 돕고 이웃을 살리는 '적정심리학'이라 부른다."
책은 타인의 욕망에 맞추어 사느라 자신을 소거해버린 스타의 삶을 경고한다. 이는 부모의 기대나 사회적 역할에만 충실하며 사는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자기(Self)가 사라진 삶은 외부 조건이 흔들릴 때 쉽게 무너진다.
사람은 거침없이 자신을 표현할 때 가장 건강하고 아름답다. 내가 글을 쓰는 행위 역시 나를 드러내는 일이며, 내 존재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과정이다. 이 과정 자체가 치유가 된다. 자기 존재에 주목하는 순간부터 진짜 삶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공감은 성품이 아니라 노력이다"
나는 그동안 공감에 서툴렀다. 군 복무 중인 아들이 힘들다고 할 때 겪어보지 않아서 그 고충을 넘겨집고 공감해주지 못했고 아들은 서운함을 표현했다. 공감은 단순히 착한 성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잘 모르면 자꾸 물었어야했다. 상대의 동선을 머릿속으로 세밀하게 따라가 보는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했다.
새벽 3시, 졸음을 참으며 보초를 서는 아들의 고단함에 대해 이야기 듣고나서야 구체적으로 상상했을 때 진심 어린 위로가 나갈 수 있었다.
공감의 핵심은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잘 몰라서 그러는데, 그때 마음이 어땠니?"라고 묻는 것만으로도 상대는 존중받는다고 한다.
공감은 상대를 비난하지 않고 이해하는 것이지만, 그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조,충,평,판(조언, 충고, 평가, 판단)하며 누군가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방법을 공유하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가족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나의 경우 남편이나 아들이 가끔 술을 즐기며 마시고 싶은 마음은 공감해주되, 그로 인해 발생하는 건강 문제나 실수는 본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걱정이 된다고 잔소리를 늘어놓는 것은 조충평판이 되어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상대의 경계를 침범하는 헌신은 오히려 관계를 망친다. 상대를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하고 그 경계를 지켜주는 것이 진정한 치유다.
"우리 모두가 치유자가 될 수 있다"
그녀는 전문 지식이 없어도 사람을 사람으로 보는 시선만 있다면 누구나 스스로와 타인을 도울 수 있다고 말한다. 공감은 부작용 없는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인 치유제라고 한다.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나부터 내 존재를 올바르게 들여다 보려한다. 내 옆의 사람에게 "당신이 옳다"고 말해주는 것, 그의 존재 자체에 집중하는 것. 이 소박한 실천이 내 삶과 이웃을 살리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임을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