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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가 쳇바퀴를 돈다

에세이

by 문이



공부방을 운영한지 오래다. 나에게 배우는 아이들의 공부 실력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흔한 말로 하나를 가르쳐 주면 둘을 아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하나를 알려주려면 지난 거부터 다시 봐 줘야 하는 아이가 있다. 반복에 반복을 거듭해도 기억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오랜 시간 꾸준히 지도해 줘야 하는 아이도 있다. 이런 친구들은 청취력, 이해력, 소통 능력도 부족해서 같은 말을 천천히 여러 번 되풀이해 줘야하는 인내심을 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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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5학년은 수학에서 새로운 개념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대부분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시기이다. 한 5학년 여자아이가 오래전부터 나에게 배우고 있다. 이 친구를 대할 때는 도 닦는 마음을 가져야 할 때가 많다. 나도 사람인지라 가끔 목소리가 올라가기도 한다.


겨울 방학 때부터 공약수, 최대공약수, 통분 등을 학습시키고 있다. 많은 연습으로 잘 하다가도 조금 지나면 잊어버리고 다시 설명하고를 무한 반복하는 느낌이다. 한번은 나도 모르게 속마음을 발설하고 말았다. "아휴, 다람쥐가 쳇바퀴를 돈다." 그랬더니 그 아이가 "선생님, 다람쥐가 쳇바퀴 돈다는 말이 뭐예요?" 하고 묻는다. "으응, 다람쥐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 자리에서 바퀴를 따라 계속 맴돈다는 소리야. 하지만 넌 다람쥐가 아니니까 계속하다 보면 나아지겠지."


그런 일이 있고 난 다음부터 이 아이는 모르는 것이 있을 때마다 물어보면서 선수를 치며 말한다.

"하하, 다람쥐가 왜 쳇바퀴를 도는지 알겠다아, 선생님 이거 모르겠어요." 이렇게 말하는 거다. 아이의 말이 재밌고도 귀여워서 나도 따라 웃는다. 자신의 미흡함을 인정하고 민망해하며 도움을 구하는 아이 앞에서 나는 한껏 부드러운 목소리로 조금 전과 비슷한 문제라며 했던 설명을 다시 한다.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알아차리고 열심히 노력하는 아이에게서 희망을 본다.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리며 제자리에 있는 거 같지만, 꾸준한 연습의 시간들을 쌓아 아이는 어느덧 쳇바퀴 자체를 움직여 저만치 옮겨 놓았다.



1473504.jpg?type=w966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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