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바보가 따로 없네

에세이

by 문이



가끔씩 난 참 바보짓을 한다. 사실 사람들이 비웃을까 봐 이 글을 쓸까 말까 망설였다. 하지만 세상에는 나 같은 동지가 또 있을 것 같아서, 아니 또 있기를 기대하면서 용기를 내어 나의 바보 같은 실수를 말해 본다.


어제 친한 J쌤으로부터 카톡 하나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00쌤~~ 지난번에 여행 갔던 거 기름값 안 주셔서 카톡 드려요."


순간 예민함이 서서히 올라왔다. '나는 다 계산이 된 걸로 알고 있는데 이제 와서 이게 무슨 말이지? 쌤이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은데...' 하면서 여행 다음날로 카톡 화면을 거슬러 올라가 보았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대로 내가 올린 정산내역이 잘 보관되어 있었다.


그날 친한 동료쌤 둘과 나는 봄꽃 여행을 떠났다. j쌤은 새벽부터 자기 차를 가지고 와서 우리를 태우고 갔다. 현금이 바닥나서 카드를 쓰려고 내가 총무를 맡겠다고 했다. 입장료를 내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했던 모든 비용을 내 카드로 결제를 했다. 돌아오는 길에 j쌤에게 말했다.


"쌤, 주유비 알려주면 같이 정산할게요."


"아, 주유비 5만 원으로 포함시켜서 계산하면 돼요." j쌤이 말했다.


우리 모임에 늘 총무를 했던 쌤이 있어서 내가 경비를 정산할 일은 여태껏 없었다. 그런데 오늘 그 쌤이 못 와서 나의 필요로 총무를 자처한 것이다. 여행 다음날 아침, 카톡 방에지출한 품목들을 열거하고 금액까지 적어서 입금액을 공지했다. 그리고 두 쌤들로부터 입금이 되었다. 깔끔하게 마무리까지 잘 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쌤이 왜 이런 문자를 보냈을까? 5만 원을 여행 경비에 포함시켜 계산한 내역을 봤을 텐데 이상하다.' 한참 고민을 해도 이유를 모르겠다.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주유비 배분에 자신은 포함하지 말아 달라는 건가? 좀 쪼잖다. 근데 운전하느라 고생했잖아. 내 가족도 아닌데 요구할 수도 있지. 사람마다 다르니까.'


그래서 내가 이번에는 쌤한테도 주유비를 분담하도록 계산했으니 담에 커피를 사겠다고 문자를 보냈다. 그런데 읽고 답이 없다. 또 여러 가지 생각이 몰려왔다. 자린고비 옹졸한 쌤을 상상했다.

그리고 쌤 몫으로 배분한 주유비 만 육천 칠백 원을 송금하고 이 금액을 보내면 맞냐고, 내 생각이 짧았다고, 이런 거 안 해봐서 그랬으니 이해해 달라고 주말 잘 보내라고 문자를 보냈다. 쌤이 이 상황을 불편해하고 돈 때문에 우리의 쌓아 온 정이 망가질까 봐 조심스럽게 그리고 최선을 다해 다정하게 생각을 거듭해서 쓴 문자였다.


900%EF%BC%BF1745636632782.jpg?type=w966



그러자 바로 계산이 이상하다고 답이 왔다.


'아 뭔가 문제가 있구나!' 그래서 문자를 또 보냈다.


"전화 통화돼요? 제가 이해를 못 한 걸 수도 있어서요, 이따 시간 될 때 전화 주세요"


그러고 나서 다시 종이에 적으면서 천천히 생각을 했다. 빼곡한 숫자들이 채워지면서 머릿속 세포들이 뛰쳐 오르며 드디어 유레카!(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한건데)

'아뿔싸, 주유비를 내 카드로 계산한 걸로 생각을 했구나. j쌤이 주유비를 결제한 걸 생각 못 했네. 오히려 샘에게 5만 원을 입금시켜야 하는 거였는데. 샘이 일부러 월급날까지 기다렸다 말한 거였구나. 고마운 샘을 내가 옹졸한 사람으로 만들고 오만가지 쓸데없는 생각을 했구나! 아우, 이 똥 멍청이.'


그런 단순한 생각을 못 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을 못 하고, 내 입장에서만 생각한 내가 한없이 부끄럽고 창피했다. 혼자서 오해의 벽을 쌓아간 내가 한심하고 전에도 그런 일들이 있었던 듯하다. 혼자서 벽을 쌓았던 일, 속으로 단정 짓고 표면만 보고 판단했던 일들.


쌤이 일을 마치고 전화를 했다.


"쌤, 내가 완전히 잘 못 생각을 했었네. 미안해요. 내가 오히려 쌤에게 입금을 시켜야 하는 거였네. 주유비도 내 카드로 결제한 걸로 생각을 하고 계산을 했지 뭐예요. 꿈에도 그 생각을 못 하고, 아우 나 정말 바보예요. 애들 가르칠 때 어떻게 저것도 모르지 하면서 답답해 했는데 그러면 안 되겠어요,"

나의 이 말에 쌤은 안 해 보면 그럴 수도 있다고 너그럽게 이해를 해 주었다.


어리석은 나는 아직도 배울게 참 많다. 아기돼지 소풍 이야기가 떠오른다. 자신을 빼고서 한 명이 모자란다고 세고 또 세었던 아기 돼지들. 관점을 새롭게 다방면으로 하지 못하고 어리석은 지점을 반복만 하고 있었던 나의 모습이 보인다. 여기에 바보가 따로 있었다.


시야를 넓히자. 나무도 보고 숲도 볼 줄 알아야 한다. 바보짓을 했지만 깨달았으니 좋은 경험이 되었으리라 위안해 본다.


그래도 문제에 직면했을 때 상대방에게 섣불리 따지지 않고, 천천히 생각해서 오류를 발견해 내고 그것을 잘 풀어낸 나의 모습도 어른다웠다고 칭찬해 주고 싶다.



5653798_uploaded_5679149.jpg?type=w966 © Zhenya Zdanevich, 출처 OGQ










작가의 이전글아들과의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