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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봐야 보이는 것들

에세이

by 문이


어제 우리 세 자매와 아버지는 식사를 하고 호수 공원을 갔습니다. 식물원이 오늘 인기가 좋았는지 4시까지 입장불가라 하더라고요. 그래서 못 들어가고 호수 주변을 좀 걷다가 카페에 가기로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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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EF%BC%BF20250426%EF%BC%BF142432.jpg?type=w966 호수 공원 내 농장 가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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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에 심어 놓은 나무에 이런 꽃이 있어요. 언니가 아로니아 꽃 같다고 하는데 맞나요? 자세히 보니 반전이 있어요. 보통 꽃잎이 분홍색인데 얘는 수술이 분홍색이에요. 매력 있죠?


900%EF%BC%BF1745707136517.jpg?type=w966 확대한 사진


호수 주변을 걷는데 사람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쏟아져 나왔어요. 요즘 주말마다 비가 오다 오늘 모처럼 날이 맑아서 일까요? 풀밭에 돗자리 깔고 캠핑 의자를 가져와서 쉬는 가족들이 많아요. 아이 손잡고 걷는 젊은 부부들, 팔짱 끼고 걷는 연인들, 자전거 타는 초등 아이들. 오늘 여기는 젊고 어린 사람들로 꽉 찼어요. 연둣빛 새싹과 물오른 나무들과 작은 꽃들마저 어리고 싱싱해요.

하늘빛 호수와 호수빛 하늘 사이에서 지상의 재잘거리는 소리들이 물방울처럼 튕겨져 나가요. 결코 시끄럽지 않은 살아있는 생명의 소리들이 풍경과 하나가 되어 다 같이 봄을 노래하는 것 같아요.

호수와 갈대와 나뭇잎에 쏟아지는 햇살이 유난히 반짝거리고 흔들려서 이 마음도 흔들리지 않을 수가 없어요. 이 순간에 잠시 나를 버려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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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를 따라 걷는데 바람이 차갑습니다. 볕 좋은 벤치에 나란히 붙어 앉아 있노라니 작은 것들이 하나씩 우리를 불러댑니다.


"언니, 이것 봐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동생이 풀꽃 하나를 따서 줍니다.


"오!"


참깨만큼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는 풀꽃을 사진을 찍어서 확대해 보았는데 이럴 수가요. 하늘색 안에 노란색 안에 검은색의 이 섬세한 조합이라니. 귀엽고 앙증맞은 꽃잎 다섯 장. 그야말로 자연만큼 뛰어난 예술은 없군요. 이 사소하고 작은 것에도 온갖 솜씨를 담아낸 신의 모습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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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6%EF%BC%BF144233.jpg?type=w966 냉이꽃


900%EF%BC%BF20250426%EF%BC%BF144217.jpg?type=w966 삼각형 잎사귀
900%EF%BC%BF20250426%EF%BC%BF144205.jpg?type=w966 나비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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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아도 어느 하나 닮은 것 없이 각각의 개성으로 매력을 발산합니다. 자세히 보아야 볼 수 있는 것들. 걸어가면서, 선 자세에서는 결코 볼 수 없어요. 가만히 멈추어 고개를 수그리고 눈을 크게 떠야만 볼 수 있어요.


작은 것들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마음이 부자인 사람만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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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카페 가는 길에 좁은 것들의 세계도 만났습니다. 서울 대도시, 인구밀도가 높아서 사람에 치이는 곳. 여기는 꽃 밀도가 높아서 꽃들에 치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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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빽빽이 자리한 주황색 꽃들을 보고 동생이 또 한 마디 해요.


" 얘네들, 야, 저리 좀 비켜라고 말하는 거 같아"


동생의 귀엔 꽃들의 이야기 소리도 들리나 봐요. 맨 아래 사진은 마치 출퇴근 길에 만나는 지하철 속 풍경 같지요? 살아남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이, 아니 꽃들이 측은합니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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