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이 정도면 충분해

완벽 대신 끈기와 습관을 선택하자

by 문이


"충분히 좋음은 안주한다는 뜻이 아니다. 자기변명도 아니다. 충분히 좋음은 자기 앞에 나타난 모든 것에 깊이 감사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완벽함도 좋음의 적이지만 좋음도 충분히 좋음의 적이다. 충분히 오랜 시간 동안 충분히 좋음의 신념을 따르면 놀라운 일이 생긴다. 마치 뱀이 허물을 벗듯 '충분히'가 떨어져 나가고, 그저 좋음만이 남는다."

에릭 와이너,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이 정도면 충분해'는 그냥 포기하거나 대충 한다는 말이 아니다. 현재의 나와 상황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감사하는 태도를 말하는 것이다. 현재의 자기 자신을 존중하며 계속 나아가는 태도이다.

'좋아야 한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은 만족, 감사, 충만감을 방해한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꾸준히 하다 보면 허물 벗는 뱀처럼 한 층 성장한 자신을 보고 마냥 좋아지게 될 날이 있을 것이다.





나는 글쓰기를 시작한 초기에 블로그에 글을 쓰고 발행 버튼을 누르고 나면 늘 어딘가 아쉬움이 남았다. 글의 초반부를 쓸 때는 멋진 한 편을 창작해 보겠다는 희망과 열의에 차서 떠오른 생각들을 토해내다시피 했다. 그러다가 점점 지쳐가고 생각이 더 이상 진행이 안되면서 급기야 마지막에 다다르면 에너지가 소진되어 급히 글을 마무리했다. 그 결과 내 글의 끝부분은 지렁이처럼 가늘고 미약하게 느껴졌다.

'틀리면 어쩌지?'

'글다운 글을 써야지'

잘 쓰려는 마음은 오히려 나를 움츠러들게 했다.


이런 나의 글쓰기에 용기를 주는 글을 만났다.


"때로는 글이 마음에 차지 않아도 '오늘은 이것으로 충분해'라며 만족한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아야 기꺼이 쓸 수 있다. 글이 안 나오는 이유는 너무 잘 쓰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남들의 평가를 지나치게 신경 쓰는 자의식 과잉 때문이다."


"글쓰기 근육이 붙을 때까지는 분량이나 완성도에 너무 집착할 필요 없다.

대신 '글쓰기가 몸에 익어 첫 문장을 쓸 때의 저항감이 낮아질 때까지,

글 쓰는 나의 모습이 익숙해질 때까지 매일 써라."

김선영, <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


이 말들에 힘을 얻어 태도를 바꾸기로 했다.

'오늘 내 글은 이런 모습이구나, 이 정도면 괜찮아, 충분해.'

다정한 눈길로 내 글을 바라보라고 스스로에게 따뜻한 위안을 주었다. 그녀의 말을 믿고, 완벽하려고 하지 말고 짧은 글이라도 꾸준히 쓰자고 다짐했다.


완벽주의는 얼핏 성실함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두려움의 또 다른 얼굴이다. 완벽주의는 창조의 적이다. 미완성이라도, 어설프더라도, 삶은 움직이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매일 글을 쓰며 배운다.

글은 완벽해서 좋은 것이 아니라, 진실해서, 살아 있어서 독자에게로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완벽하려고 자꾸 고쳐 쓰다 보면 그 안에 담긴 뜨거운 감정이 식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숨기고 꾸미고 다듬느라 정작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사라지고, 남는 건 깍듯하지만 심장이 뛰지 않는 문장들이다.





“뛰어난 사람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해내는 사람이다.”

<그릿> 앤절라 더크워스



글쓰기도, 삶도, 끝까지 해내는 힘이 필요하다.

글을 쓸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는다.

“완벽하게 쓰는 게 중요해, 아니면 지금 나를 써보는 게 중요해?”


나는 이제 완벽하지 않은 나의 글을 사랑하려고 한다.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울퉁불퉁한 그 말투와 생각들조차
지금의 나를 증명해 주는, 가장 솔직한 증거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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