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을 열고, 삶을 바라보다
쌀쌀한 바람이 제법 불기 시작하는 가을의 끝자락에서 나는 어떤 풍경을 관찰하고 글에 담아보기로 했다.
카페에서
월요일은 도서관이 문을 닫는 날이다. 그래서 나는 자주 가는 카페로 간다. 익숙한 골목을 지나 작은 카페에 들어서면, 정사각 테이블 두 개를 붙여 만든 작은 자리들이 다섯 개가 있다. 공간은 화려하지 않지만, 작고 소박한 풍경들이 하루치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4인용 테이블에 혼자 앉으려니 영업에 지장을 줄까 눈치가 보인다. 오늘은 주변 풍경을 나의 오감을 사용해 관찰해 보기로 한다.
나의 앞쪽에는 60대로 보이는 세 명의 여성이 겨울 동안 먹을 김장 준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 중 회색 니트에 베이지 모자를 쓴 한 여자의 차림새에 눈이 가고, 나는 이제서야 가을이 지나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계절의 온도를 감각보다 먼저 옷차림으로 느낀다. 머그 컵에 담긴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그녀들의 수다가 더욱 향기롭게 어우러지는 듯하다.
나의 오른편 앞 테이블에는 머리 긴 젊은 여성 두 명이 마주 앉아있다. 그녀들은 얼음 가득한 카페라테와 차가운 과일 음료를 마신다. 역시 젊다는 것은 찬 음료를 아무때나 마실 수 있다는 것이리라.
뒤 쪽 왼편에는 노랗게 탈색한 긴 머리를 드리운 20대 초반의 여자가 혼자 앉아 있다. 위아래 모두 연회색 힙합 차림의 옷을 입었다. 테이블 위에 책은 무심하게 펼쳐져 있고, 그녀의 손가락들은 스마트폰 화면에서 끊임없이 춤을 춘다. 그 손끝의 움직임이 지금 이 순간의 존재감을 대변이라도 하듯이.
그렇게 각자의 속도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 조그마한 카페에 모여 있다. 나는 그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때때로 너무 조용한 공간보다 사람 냄새 나는 공간이 더 좋다. 누군가의 하루, 누군가의 고민, 누군가의 웃음이 섞인 이곳에서, 나는 내 감각을 깨운다. 삶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바로 이런 평범한 장면들 안에 있다.
글을 쓴다는 건 이런 순간을 붙잡는 일이다. 보통은 스쳐 지나갈 장면들을 멈춰 세우고, 의미의 옷을 입혀 문장으로 옮기는 일. 커피 향, 옷깃의 색, 웃음 소리, 빛의 방향… 그런 오감의 조각들을 모아 내 마음에 다시 펼쳐본다. 나는 이 작은 공간에서 세계를 바라본다. 내 시선은 점점 섬세해지고, 마음은 조용히 충만해진다.
생텍쥐베리가 쓴 책 <인간의 대지>에 나오는 항공기 조종사가 위험한 비행에서 살아나 동료와 함께 아침의 빵과 커피를 마시며 형용할 수 없는 행복을 느낀 것 처럼, 나 또한 따뜻한 시선으로 이 광경들을 바라보며 감사함을 생각한다.
씁쓸한 아메리카노 한 잔에도 생의 기쁨을 엮어내듯, 오늘도 나는 이 작은 세상 속에서 이야기를 찾는다.
그리하여 나는 다시금 깨닫는다. 오감을 열고 바라보면, 세상은 언제나 글감으로 충만하다. 그리고 글은, 그 모든 것을 소중히 담아내는 그릇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