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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대호 Aug 24. 2021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 / 웨스 앤더슨

오밀조밀 예쁘지만 강렬한 성인 동화.

호텔에서 만나게 된 나이 든 제로(무스타파)와 젊은 작가, 제로는 로비 보이에서 호텔 소유주가 되기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작가에게 들려준다.


이야기는 흥미롭다. 우선 네 단계의 액자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녀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책을 읽는 현재, 나이 든 작가가 목소리를 내는 1980년대, 젊은 작가가 나이 든 제로와 만나는 1960년대, 어린 제로와 구스타브가 함께였던 1930년대. 여기서 1930년대는 영광과 번영, 1960년대는 몰락, 1980년대는 단절을 상징하는 듯하다. 영화에는 시대를 넘나드는 회고가 자주 쓰이는데 이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과거 영광에 대한 향수(鄕愁)를 의미한다. 그러나 욕망과 허영으로 몰락했기에 풍족했던 그 당시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은 욕심에 대한 경계심을 심어준다. 욕망에 대한 메시지는 영화 속 큰 사건인 마담 D. 사건에도 포함되어있다. 구스타브의 욕심과 드미트리의 욕심이 얽히고설켜 사건이 진행되는 것도 '욕망'과 관련한 감독의 의도가 보이는 설정이다.


영화는 또한 눈이 즐겁다. 영상미로 관객을 빨아들인다. 아기자기한 색감과 정갈한 대칭 구도는 편안한 몰입을 위한 도구로 충분히 그 역할을 다한다. 프레임 속 화면뿐만 아니라 화면을 담는 카메라의 움직임 또한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이다. 시대적 배경별로 바뀌는 화면 비율도 상당히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다. 이렇듯 시각적 요소만으로 이야기 속에 들어온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이 대거 참여하는 점도 눈이 즐거운 이유 중 하나다. 더욱이 상황별로 배경에 자연스레 깔리는 OST도 매력적이다.


예쁜 영상과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잔인하거나 야하거나 범죄 행위를 포함한 장면이 더러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성인 동화라 불리는 듯하다.


두 번째 관람이다. 볼수록 더 많이 보이는 영화인 듯. 앞으로도 계속 보면서 새로이 느끼는 게 많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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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고혹적인 유적이었어요. 하지만 다시는 돌아가지 못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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