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마침표들을 만들어 달성하는 연습으로 더 멀리 가보자.
이력서를 봐주는 일을 하다 보면, 끝없는 목표를 향해 달리다 지쳐버린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더 좋은 회사, 더 높은 연봉, 더 멋진 커리어. 목표는 선명한데 도착지는 늘 멀기만 하다. 달리고 있는데 앞으로 가는 느낌이 없다.
나도 그랬다. 그리고 그 시간을 지나며 마음이 조금 나아진 이유를 적어보려 한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꿈은 컸는데, 그걸 작게 쪼개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냥 막연하게 '저기까지 가야 해'라고만 생각했다. 당연히 답답했고, 속상했고, 마음만 조급해졌다. 하루하루 뭔가를 하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 같은 기분. 그게 제일 괴로웠다.
돌이켜보면 나는 목표만 있고 경로가 없었다.
내가 가진 것. 아직 갖지 못한 것. 하고 싶은 것. 지금 할 수 있는 것.
네 칸으로 나누고 나니, 조금 선명해졌다. 꿈이 작아진 게 아니라, 현실이 보이기 시작한 거였다.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알게 되니까, 다음 한 걸음이 뭔지도 보였다. 목표를 달성하기위해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해야하는일, 얻어야하는 것. 그렇다면 포기해야할것 선택해야할것 등등.
메타인지. 결국은 이거다.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지금 들고 있는 게 뭔지 확인하는 일.
현실을 인정하는 건 포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게 시작이었다. 인정하고 나니까 비로소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큰 목표를 작은 단계로 쪼개고, 작은 단위의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저 끝에 있는 북극성을 바라보며 그 목표를 위해 참고 견디고 조금씩 해냈다. 그랬더니 조급함이 조금씩 줄었다.
이력서를 보다 보면, 한 번에 점프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 있는 곳에서 가고 싶은 회사, 하고 싶은 직군으로 단숨에 건너뛰려 한다. 마음은 이해한다. 나도 그랬으니까.
내가 특별한 연줄이 있어서 하늘에서 뚝 떨어진 기회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나는 아니다) 커리어는 계단이지 엘리베이터가 아니다. 한 칸을 올라야 그다음 칸이 보인다. 지금 당장 꿈의 회사에 갈 수 없다면, 거기에 한 걸음 더 가까운 곳을 먼저 찾아보는 거다. 필요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곳, 부족한 역량을 채울 수 있는 곳. 그 한 칸이 돌아가는 길처럼 보여도, 실은 가장 확실한 길이다. 그리고 버티거나 포기해야하는 것이 있다고 판단하면 무조건 버티고 해내야한다.
올라가는 도중에 만나는 사람, 해보게 되는 일, 알게 되는 것들. 그것들이 원래 목표보다 더 나은 방향을 열어주기도 한다. 처음 계획한 대로 되지 않아도 오히려 좋을 수 있다.
윤상의 '달리기'라는 노래가 있다. 그 노래는 숨이 턱까지 차도 멈출 수 없는 사람들에게, 단 한 가지를 약속한다. 이 달리기에는 반드시 끝이 있다는 것. 그리고 끝난 뒤에는 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끝은 영원한 종료. 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작은 마침표들. 여기까지는 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지점. 그 지점에서 잠깐 멈추고, 숨을 고르고, 다시 달리는 거다.
그래야 오래 갈 수 있다. 그래야 방향도 더 명확해진다. 내가 간 길들을 돌아볼 수 있다. 멈추지 않고 끝까지 달리는 게 대단한 게 아니라, 쉬어가면서도 계속 가는 게 진짜 대단한 거다.
커리어로 이어가보자면 큰 프로젝트를 끝내고 회고를 하는 일, 커리어를 종료하고 새로운 커리어로 이직을 하는 일이 이 작은 방향의 점들이 될 것이다.
먼 산꼭대기를 올려다보는 대신, 지금 발밑의 한 걸음을 내딛는 것. 그게 결국, 꼭대기까지 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