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28
잃어버렸던 양말 한 짝을 찾았다. 툭 하고 방바닥에 떨어진 세제향 나는 양말. 보관해 두었던 다른 한 짝과 짝을 맞추어 주었다. 아끼던 양말을 신을 수 있게 되었다.
시작과 끝이 극락과 지옥 같은 양극화된 하루였다. 곁으로 돌아온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반갑지 않았고 심란했다. 다들 그런 거라며 넘어가고 싶었지만 마음이 편해야 하는 성격 탓에 퇴근한 지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아 또다시 출근을 했다. 홀로 들어선 사무실이 왠지 포근했다. 책상으로 가득 찬 공간에 홀로 앉아 노래를 켜고 일을 하는 시간이 위안이 되었다. 컴컴한 로비, 데스크에 홀로 앉아있던 가드. 무서웠을 법도, 공허할 법도 한데, 차라리 좋았다. 집도 차도 밖도 편하지 않았다.
한 커플이 회사 건물을 기웃거렸다. 가드가 다가갔다. 둘은 화장실을 사용하고 나갔다. 다시 가드와 나, 적막.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 프리랜서로의 일을 받았다. 좋아야 하는데. 즐겁지 않았다.
피곤했다.
부정적인 감정들과 부담감 압박으로 진이 빠진 하루였다. 지나치게 감정이입하지 말라던 의사 선생님의 말이 떠올랐지만, 당최 어찌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매뉴얼이 없지 않나.
포기.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현재 나에게 포기란 과부하 되어 견디지 못한 뇌의 전원이 꺼지는 것. 아니, 뇌보단 마음의 전원이 꺼지는 것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그만하라며 소리쳐도 듣지 않으니.
피곤하다.
금기어 마냥 피해온 말이지만, 힘들다.
집으로 돌아와 방을 정리하던 중,
툭.
아끼던, 잃어버린 양말 한 짝이 나타났다. 그것도 깨끗한 세재 향기를 가득 머금은 채로.
바구니에서 애타게 기다리던 그의 짝을 찾아 묶어주었다.
적막이 거슬린다. 노래를 틀었지만 노래도 거슬린다. 삶이 단단히 꼬여있는 것 같다. 꼬인 실은 양 끝을 잡아야 풀 수 있는 법. 양 끝을 잡지도 어디에 위치한 지도 알지 못해 그렇게 엉킬 대로 엉켜버린 하루를 머금고 어둠에 감겨 눈을 깜빡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