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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gela Jun 30. 2023

하루

20210729

누군가에게 필연적 존재가 되고 싶다는 소망이 자만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스스로도 책임지지 못하면서 누군가의 마음을 사고 싶다는 오만.

그러한 갈망과 달리 이기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나이가 들어서는 연에 끝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고 입학과 졸업이 없으니 관계의 작별이 없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사회 속 연의 맺음은 결코 쉽지 않고 동시에 끊어짐의 상황은 허무하고 공허하다.

그러한 모든 상황들의 반복을 피하려 붙잡고 놓치지 않으려 했던 연의 노력과 힘이 다해버리는 순간 새로움을 회피하게 된다.

새로운 연은 언제나 설레는 일이라 생각했다. 설렘은 심장을 뛰게 하고 웃음 짓게 만드는 감정이었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처럼 한순간 사라져 버리고 후로 오는 무언가 달라져버린 듯한 애매한 감정들이 무서워 나만의 울타리를 형성한다.

웃음과 밝음으로 무장하고 사람들 앞에 선다.

그저 착한 사람이  되려 한다.

그러면 사람들과의 깊은 관계를 피할 수 있다. 등지는 것 또한 편해진다.


혼자의 시간은 불안하지만 편하다. 그 편안함에 익숙해진다. 대화는 겉을 맴돈다.

“너를 잘 모르겠어.”

맞다. 그게 핵심이다. 나는 너에게 나를 보여주고 싶지 않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정이 싹튼다. 울타리는 가뿐히 무시하고 날아 들어온 민들레씨처럼 마음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다. 나무가 되기 전에 제거해야 하지만 그 어여쁜 새싹을 보니 어느새 물을 주고 정성을 다하고 있다.


“나는 너에게 가능한 사람이고 싶다.”


언제건, 어느 상황이건, 낮이건 밤이건 멀리에 있던 가까이에 있던 너에게만큼은 가능한 사람이고 싶다.

그리고 이 관계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라는 속삭임에 화답한다.

“알아. 하지만 어쩔 수 없어. 놓치고 싶지 않아.”


새싹이 자라나 새로운 씨앗을 퍼뜨릴 때까지만, 그때까지라도 지켜주고 싶다.

미래에 연이 끊긴다고 해도 한때 너와 함께 성장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면 된다. 그리고 울타리를 다시 높인 채 또 다른 씨앗이 안착하길, 작은 희망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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