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21
정신병을 진단받았다. 병명이 기억나지 않는다. 심지어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중요한 건, 내가 정신이상자라는 것이었다.
놀랍지는 않았다. 조금 당황스러웠을 뿐. 비정상이라는 공식적인 라벨 하나가 달려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드는 정도였다. 한편으로는 여태껏 일어난 모든 일들이 이해되며 희한하게도 마음이 편해졌다. 비정상적인 일들이 ‘병’과 결부되어 당연히,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로 보이니 그간 품었던 불안과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것 같았다.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며 정작 어울리지는 못했는지, 왜 병적으로 사소한 지점들에 예민한 건지, 왜 단 하루도 아무 사건도 벌어지지 않는 날은 없는 건지. 그거야, 나는 ‘정신이상자’이니까.
스스로를 인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남들이 앞으로 나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생각하니 긴장이 되기는 했다.
그러다 문득 주변을 둘러보니 정신이상자가 아닌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모두들 뇌의 한 부분이 뒤틀려있었다.
우리는 웃고 있었다.
저 멀리 언니가 보였다. 언니를 향해 달려갔다. 오랜만에 보는 언니. 보고 싶던 우리 언니. 나를 안아줄 우리 언니.
쿵.
눈앞에 어디서 나온 지 모를 거대한 문이 거칠게 닫혔다. 암흑이었다.
눈을 떴다. 방안이 푸른빛으로 가득했다. 평온한 새벽이었다.
정신이상자라는 진단도, 눈앞에 보이던 언니도, 갑자기 찾아온 암흑도 모두 허상이었다.